마지막 소망

아내가 바람났다.

by 여목 임재광

건설 기술자로 해외 건설 현장에서 신혼 시절을 홀아비로 보내고 삼 사십 대 중년은 건설 현장으로 이동하며 객지에서 보냈다. 딸 유학 보내고 일 년 후 캐나다로 이민 와서 드디어 가족이 뭉쳤다. 하지만 이민 생활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고단하고 외로웠지만 노가다에서 무쇠처럼 달궈진 용기와 의지로 땀과 눈물을 마시며 버텨냈다.

코로나 역병이 덥쳐 세상을 뒤흔들기 시작하며 돈 버는 일에서 손을 놓았다.

Re-tire 후, Mc 카페에서 매일 씨니어 할인 커피를 마시며 동년배들의 부질없는 수다를 듣는 것도 곧 지쳐버렸다. 그들과 소통하며 공감의 컨센서스를 기대한다는 것은 정서의 오염과 시간의 낭비라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밴쿠버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시골 같은 도시, 도시 같은 시골로 거처를 옮겼다. 시골 도시는 병풍처럼 높은 산에 둘러 쌓여 사 계절을 함께 동거동락하며 산 중턱에는 느린 걸음으로 나즈막하게 구름이 머물다 가고 산 자락에는 호수가 앉아있다. 나는 살아 숨 쉬는 푸른 자연과 소통하며 길 모퉁이에 앉은 삶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았다.작지만 앞마당이 있고 뒤에는 열 댓 평 정도의 텃밭과 정원도 있다. 여름이면 잔인한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텃밭과 연애를 한다.

신혼 시절, 시골 시댁에 다니러 갔다 뿌리에 감자가 주렁주렁 매달려 나오는 것을 보고 놀라던 서울 토박이 아내도 지금의 시골 도시를 나보다 더 좋아한다.

3월이면 들판에 잡초처럼 냉이가 지천이고 4월엔 참나물이 동네 길 모퉁이마다 주인 없이 무성하게 자란다. 5월이면 주변 산에 숲을 이룬 고사리를 채취하러 간다. 여름에는 블랙베리가 지천에 흐드러지게 널려있고

동네 농장은 블루베리가 제철이다. 엊그제도 농장에 끌려가듯 따라가 블루베리를 Box에 가득 Pick 했다

평소 온몸이 종합병원이라며 날마다 골골하는 아내도 봄이 오면 바람 난 사슴이 되어 길도 없는 천지 사방을 뛰어다닌다.

나는 간절하게 소망 해 본다. 들판의 사슴이 되는 아내를 위해 봄 여름이 오래도록 아내와 함께 머물기를...

작가의 이전글행복을 일구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