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도자기"라고요? - 백진의 《파편》展

우리의 고정관념에 균열을 내는 재미있는 전시를 소개합니다.

by 정미

백진, 《파편(Fragment)》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
서울 종로구 율곡로 83 (03058)
2019.12.13-2020.03.08.




재미있는 전시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이란 심오하고 깊이 있고, 높은 수준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자신과 같은 예술 문외한은 제대로 된 감상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레 겁을 먹기 십상입니다. 이 경우 예술작품들을 가까이하지 않게 되고, 예술과의 거리가 좁혀질 기회도 잃게 됩니다. 자연스레 이번 생에 예술이 차지할 자리는 없게 되죠.


오른쪽에 걸려 있는 설치 작업 보이시나요? 오늘 만날 작가의 작품입니다. 어떤 소재로 만들어졌는지 가늠이 되시나요?



필자는 대학원에서 (난해하고 어려운) 예술학을 전공했지만, 여전히 예술이란 재미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재미를 느낄 때에 몰입할 수 있고, 그 행위를 오래 지속할 수 있습니다. 재미없는 것은 우리 생의 좋은 동반자 혹은 친구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은 재미있는 예술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 기획 전시실의 전경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의 기획 전시실에서는 도자 설치작가 백진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백진의 도자 작품들은 도자기에 대한 고정관념에 균열을 내고, 우리의 상상의 지평을 확대합니다. 생각지 못했던 도자기의 변형은 아주 경쾌하고,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여러분은 "도자기"를 생각하면 어떤 형태가 떠오르나요? 흙으로 빚고, 고온의 불에 구워 마침내 그 온전한 형태를 가지게 된 둥근 모양의 도자기, 혹은 푸르른 빛이 은은히 감돌거나, 고풍스러운 난이나 꽃이 그려진 잘록한 항아리 모양의 도자기가 떠오르진 않나요? 아마 많은 분들이 인고의 세월을 거쳐 장인의 마침내 장인의 손에 들어오게 된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자기의 모습을 떠올릴 것입니다.


구글에 "도자기"를 검색해보았습니다. 여러분도 이런 도자기를 상상하셨나요?


그러나 백진 작가의 도자기는 사뭇 다릅니다. 만약 여러분이 백진 작가의 작품들은 처음 본다면, “이게 도자기라고?” 되묻게 될 것입니다. 전시장 안에는 부드러운 천이나 종이의 모습, 혹은 파스타 면이나 종이컵 같은 모양의 도자기들이 나름의 자태를 뽐내며 전시되고 있습니다.


백진, <연결주의(Connectionism)>(2019), porcelain on canvas, 112 x 190 x 10cm.


전시장에는 하드보드지 같은 도자의 파편들이 하늘 높이 쌓여있기도 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끝이 동그랗게 말리기 시작한 라벨지 같은 도자기들이 캔버스를 가득 메우고 있기도 합니다. 파스타 면발처럼 구불구불하고 긴 도자의 파편들이나 미니멀리즘을 연상시키는 직육면체의 도자기들, 탁구공 같이 동그란 도자기 등 다양한 형태의 도자기들이 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마구 구부러지거나 끊어질 것 같으나, 작품은 모두 정교한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 단단한 도자기의 파편들 입니다.


백진, <무제(untitled)> (2019), porcelain and aluminum.


전시장에 도착하여 백진 작가들의 작업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도자의 재해석" 혹은 "전통의 현대화"와 같은 무거운 이름들이 그의 작품들과는 새삼 어울리지 않게 느껴집니다. 장대하고 무게 있는 어휘들로 백진의 도자기들을 일컫기에 그의 작품은 가볍고, 유쾌하기 때문입니다.


백진, <공(空)> (2019), porcelain on canvas , 196 x 132 x 8 cm.


예술은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에 물음을 던지고, 변화의 가능성에 관하여게 생각하기를 장려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백진 작가는 아주 부드럽게 그 물음을 던지는 듯 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하게만 여겼지만, 결코 당연하지 않은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그리고 그것들은 어떻게 변화될 수 있는 것일까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변화를 거듭한 도자기 설치 작품들 앞에 서서, 저도 저 스스로에게 그 물음을 던져봅니다. :)


백진, <리에(Reie)> (2019), procalain on canvas, 147 x 132 x 8 cm.





사진 참조.

https://www.noblesse.com/home/news/magazine/detail.php?no=2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