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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 Mar 31. 2020

전례 없는 뉴스의 시대, COVID-19와 알랭드 보통

뉴스 보기를 멈출 수 없는 당신을 위한 짧은 글.

뉴스에 대한 의심이 부쩍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미뤄둔 사유를 정리할 겸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싶어 집니다. 커피를 사러 옷을 잘 챙겨 입고 나오니, 몇 주 전 바꿨던 스마트폰은 길게 진동을 울려댑니다. 제가 잠시 밖에 나왔다는 것을 알아챈 것일까요. 재난 알리미는 "주의"하라는 경고를 삑- 하고 울립니다.


코로나 19 발생 초기. 서울시는 코로나 19와 관련 처음으로 재난문자를 발송하였다.



코로나 19 사태가 터질 무렵부터, 만나는 사람들 마다 뉴스 이야기를 합니다.


확진자인 줄도 모르고 거리를 누볐던 슈퍼 전파자를 비난합니다. 암묵적으로 폐쇄조치가 되었던 대구의 근황은 어떤지 떠들어댑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사람들은 얼마나 많이 죽고 있는지, 소독은 또 얼마나 자주 해주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불 밖은 얼마나 위험한지 쉬지 않고 말합니다.



햇살은 여전히 따사롭고, 우리는 나름대로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잘 살아내고 있습니다.
잠시 뉴스를 끄고, 햇살이 드는 창가를 바라보면, 세상에는 큰일이 벌어진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이 이렇게 두렵고, 그 두려운 마음이 분노로 이어지거나 누군가를 비난하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저서 <뉴스의 시대>를 통하여 현대인을 가르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수단으로 '뉴스'를 꼽았습니다. 현대인들은 틈만 나면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합니다. 어딘가 이상할 정도로 업데이트된 뉴스를 예민하게 찾아보고, 각 기사에 따른 사람들의 반응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죠.




인간은 자신이 보고 듣는 것으로 사고체계를 만들게 되어 있기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 번씩 접하는 이 뉴스가 가지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뉴스를 접하고, 그들을 둘러싼 현실을 상상하고 그려냅니다.



프랑스의 작가이자 철학자 알랭 드 보통.


그러나 뉴스는 세상을 보여주는 명확하고 깨끗한 창이 아닙니다.

 

알랭 드 보통은 뉴스란 "어떤 이야기를 조명하고 어떤 이야기를 빼버릴지 선택하면서 단지 현실을 선택적으로 빚어낼 뿐이다"라고 말합니다. 대중들은 뉴스에서 재현하는 현실이 곧 우리가 당면한 현실이라고 여기기 십상이지만, 뉴스가 말하는 바는 현실의 아주 일부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뉴스는 의도적으로 변형된 프레임으로 세상을 비출 뿐입니다.


 보통에 따르면 "마음의 원근감"을 가질 때에야 비로소 "뉴스가 암시하는 바는 전적으로 새로운 것이 아니며, 아주 일부의 사건만이 진실로 놀라운 것이고, 정말로 무시무시한 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이내 깨달을 수 있다고 합니다.





때로 저는 뉴스가 두렵습니다.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건강을 지키기 위하여 습관처럼 뉴스를 누르는 행동이, 어느 순간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하여 선별된 뉴스들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통로가 되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 감정도, 마음도, 생각도 알지 못하는 새 조작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뉴스를 보지 않으려니, "꼭 알아야 할 정보"를 놓치고 있진 않을지, 그래서 손해 보진 않을지 불안한 마음도 듭니다.


좀처럼 마음의 여유를 갖기 어려운 이때,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것이 필요한 때입니다.

 

보통의 말대로, 마음의 원근감을 가지고 뉴스를 보는 법을 차근차근 배울 때, 삶은 보다 안정되지 않을까요.


물론 그림을 그릴 때 원근법을 배우는 일이 쉽지 않았듯, 각각의 사건들을 다양한 공간적 관계 안에서 읽어내는 것을 배우는 것은 지난한 일이 되겠지만 말입니다.




이를 뉴스에 적용해보면, 원근감을 갖는다는 것은 지금 누가 봐도 분명 충격적인 사건을 역사 전체에 걸쳐 인류가 겪은 경험과 비교하는 능력과 연결된다. 이 사건이 사실상 어느 정도의 관심과 우려를 요하는지 헤아리기 위해서 말이다. 마음속에 원근감을 갖고 있으면, 우리는 (뉴스가 암시하는 바와 정반대로) 어떤 것도 전적으로 새로운 게 아니며, 아주 일부의 사건만이 진실로 놀라운 것이고, 정말로 무시무시한 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이내 깨닫게 된다. (알랭 드 보통, 『뉴스의 시대』, p. 90)







<사진 출처>


알랭 드 보통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60405/77397112/1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사진

https://www.phocuswire.com/coronavirus-global-hotel-strategy-par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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