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미 Jun 12. 2020

코로나19 를 다루는 오늘날 세계의 예술가들.

혼란스러운 팬데믹 속에서도 세계 곳곳의 예술가들은 재치를 잃지 않습니다.

염병이 창궐할 때에도, 동시대 미술가들은 이 또한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킵니다.





    미술관들은 다시 문을 닫고 있습니다. 불과 며칠전만 해도 전시장들이 하나 둘 다시 문을 열고 있다는 뉴스를 듣고 설레고 기뻤습니다. 그러나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이 바이러스로 인하여 예술계는 다시금 위축되는 듯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염병이 창궐하는 이 때에 재치를 잃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하는 세계 곳곳의 동시대 미술작품들을 살펴볼까 합니다. 미술관은 문을 닫고, 관람자는 줄어드는 이 시대에, 집과 거리에서 그리고 소셜미디어를 통하여 재미있는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들을 만나봅시다. 직접 전시장에 찾아가진 못하지만, 스크린을 통하여 위트있게 이 때를 견디고 있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며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기를 기대해봅니다.



Pony Wave의 벽화. 미국, 로스앤젤레스.





    먼저는 그래피티 아티스트의 최고로 꼽히는 '뱅크시'의 그림을 살펴볼까요. 작품마다 큰 이슈가 되는 인그래피티 화가 뱅크시는 2014년 자신이 그려넣었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그래피티에 마스크를 씌우는 재치를 발휘하였습니다.


뱅크시 Banksy,  <Girl with a Pierced Eardrum (given face mask)>. 영국 브리스톨.


    최근 뱅크시는 영국사우샘프턴 종합병원에 자신의 새로운 작품 <Game Changer> 를 설치하여, 영국의 국립보건원를 금전적으로 돕고자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작품 속 아이는 배트맨과 스파이더맨 같은 영웅 캐릭터들과 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들고 있는 인형은 다른 어떤 영웅도 아닌, 간호가 입니다. 빨간 십자가가 새겨진 간호사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위하여 힘쓰는 의료진들을 생각나게 합니다.  



     의료진들을 "수호천사" 혹은 "영웅" 으로 형상화한 작가는 뱅크시 뿐만이 아닙니다. 폴란드 바르샤바의 큰 빌딩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의료진 벽화는,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는 의료진의 모습을 천사로 형상화하였습니다. 작가는 아마현재 이 시대 우리들의 천사는 곧 최전방에서 바이러스와 전쟁중인 의료진들임을 드러내고, 의료진을 바라보는 자그마한 슈퍼맨과 사람들의 모습을 통하여 이들을 향한 경외심과 감사를 표현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폴란드, 바르샤바.




     

    코로나 바이러스로 하여 자가격리 할 수 밖에 없는 상태를 재치있게 표현한 작품도 있습니다. 빈티지한 꼴라쥬 작품으로 잘 알려져있는 세미 슬라빈크는 집의 한 복판에서 폭발한 여성을 통하여, 자가격리된 상태의 답답함을 위트있게 나타냅니다. 집안 곳곳에 널부러지듯 배열된 물건들은 좁은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며 주말을 보내는 우리의 모습을 떠오르게도 합니다. 더불어 슬라빈크는 지구에 청진기를 대고 있는 의사의 모습을 재치있게 표현하여 팬데믹을 겪고 있는 전 세계를 나타내기도 하였습니다.


세미 슬라빈크 Sammy slabbink (우) <The Check up> (좌) <Stay home, stay safe, and stay sane>



    보다 부드럽고 귀엽게 자가격리된 상태를 그려낸 작가도 있습니다.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유명 일러스트 작가 니나 코스포드(Nina Cosford)는 자가격리 기간동안 집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귀여운 일러스트로 표현하였습니다. 코스포드의 <Self-Company>는  밀렸던 빨래하기,  창문 밖 가만히 바라보기, 언제 마지막이었는지도 몰랐던 청소하기, 영화와 티비 정주행하기 등 사람들이 시작한 여러가지 일들을 귀엽게 담아냅니다. 어쩌면 니나포드는  "이렇게 사는건 당신 혼자가 아닌걸요"의 메세지를 통해 사람들과 공감하고, 그들을 위로하여 따뜻한 미소를 짓게 하려고 했는지도 모릅니다.


니나 코스포드 Nina Cosford, <Self-company>





    코로나 시대의 변화된 사랑과 관계의 모습을 다룬 작품들도 있습니다. 줄리아 로사는 <Boyfriend> 를 통하여 넷플릭스가 남자친구의 자리를 대체한 현실을 다룹니다. 집에서 나갈 수 없는 코로나 이후의 현대인들에게 넷플릭스는 연인의 자리를 대체할 만한 존재입니다. 실제로 전 세계로 코로나 19 사태 이후, 넷플리스 가입자는 1600만명이 늘고, 시청 시간은 1억 시간 가까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사회적 격리로 인하여 집에 있는 시간이 전례없이 늘어나면서, 넷플릭스나 왓차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OTT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중에 있다는데, 줄리아 로사의 작품은 현시대를 담아 내는 재치있는 그림으로 다가옵니다.


Giulia Rosa', <Boyfriend> (좌), <love in 2020>(우)



    또다른 사랑의 모습을 만나볼까요. 독일의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EME freethinker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둘러싸고 아주 치열하게 대립중인 미국과 중국의 모습을 마스크를 쓴 두 수장이 입을 맞추는 모습을 통하여 위트있게 그려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뿐만 아니라 홍콩보안법과 무역 문제로도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날로 격화되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마스크를 착용 한 채 코를 맞대고 있는 트럼프와 시진핑의 모습은 우습게 다가옵니다.


EME Freethinker, <Love in the time of corona>


    Eme freethinker 의 또 다른 그래피티를 만나볼까요. 한창 코로나가 심각해질 무렵 북미, 호주, 유럽에서는 생필품 구매, 특별히 휴지 구매를 둘러 싸고 마트 곳곳에서 난투극 벌어졌습니다. 손세정제나 마스크가 아니라 화장지를 사재기 하기 위하여 몸싸움을 벌이거나, 911에 전화를 하는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익숙하지 않은 풍경입니다. Freehthinker는 절대 반지 대신 휴지를 들고 있는 골룸을 묘사하여 팬데믹 사태 이후 풍자적으로 표현하여, 개인의 위생을 위하여 공공의 질서가 무너지는 사회의 단면을 비판적으로 그려냈습니다.



Eme freethinker, 독일, 베를린.


    

    휴지'에 대한 사람들의 사유에 급격한 변화가 온 것일까요, 휴지를 다룬 또 다른 작품이 있습니다. 색색의 글자들을 작품의 주된 소재로 삼는 CB 호요(CB Hoyo)는 휴지 위에 글귀를 새겼습니다.  그는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하여 그 해의 가장 핫하고, 또 가장 많이 팔린 물건을 예술의 소재로 선정했다고 고백하며, 팬데믹 현상 이후 휴지를 둘러싸고 발생한 공황상태를 재조명합니다. 호요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인간의 민낯이 드러난 "휴지전쟁" 사태를 우회적으로 다루며, 집에 머무르고 사람과의 접촉은 피하되, 너무 당황하지 말고 여전히 사람들과의 연락을 유지하기를 촉구합니다. 혼란에 당황하기보다 늘 그래왔듯 사려깊고, 또 책임감을 가진 우리가 되기를 원하는 마음을 "휴지"를 통하여 전달하고 있는 것입니다.



CB Hoyo <Panic>

'


    중동의 상황도 짚고 넘어갈까요. 마치 서울의 랜드마크 서울타워처럼, 이란의 테헤란에는 밀라드 타워가 있습니다. 하미드(Hamid Ebrahimnia)는 밀라드 타워에 거대한 마스크를 씌우는 작업을 통하여, 작가의 고향 이란이 코로나에 대항하고 있는 모습을 재미있게 보여주고자 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하미드는 프랑스의 에펠탑에 담요를 덮어주거나, 피사의 사탑에 심박수를 체크하는 기계를 설치하는 작업들을 통해 코로나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는 세계의 다양한 국가들이 이 어려움을 잘 이겨나가기를 소망하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손을 깨끗이 씻어,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자는 의미에서 콜라주 작가 사라 샤킬의 작업을 소개하며 마치고 싶습니다. 사라 샤킬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풍경과 사물들 위에 글리터 효과를 넣어 우리의 일상이 신비롭고 미적인 이미지로 변환시킵니다. 최근 그녀는 바이러스를 예방하기 위하여 가장 기본인 '손 씻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작업을 선보였습니다. 평소 작업들과 비슷한 방향으로,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 비누, 손에 글리터 효과를 넣어 손 씻기 행위를 마법과 같은 행위로 만들었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업을 손보이며 "손 씻는 것을 잊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넣는 센스도 잊지 않았네요.



Sara Shakeel. 손 씻기 장려 이미지들.



    예술을 시대의 거울이라는데, 코로나를 다루고 있는 이 작품들은 우리의 모습을 선명하고 깊이 있게 비추고 있는 듯 합니다.  이 어려움이 지나고 나면 코로나를 다룬 다양한 작품들은 "그땐 그랬지"라고 회상하게 되는 기억의 촉매제가 되겠죠. 마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이 마들렌 향기를 맡고 어린 시절을 회상하듯 말입니다.


   침대에 틀어박혀 넷플릭스를 보며 지낸 따사로운 봄, 무더운 여름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마스크를 쓰고 지하철을 타던 출근 길, 밑도 끝도 없이 밀려 허둥지둥 들었던 사이버 강의, 개학하지 않는 아이들과의 집에서 벌였던 크고 작은 전쟁들, 그리고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냈던 이때의 우리 모두의 모습은 각자의 기억 속 작품으로 남아, 한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매개가 되어줄 것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