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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 Feb 06. 2021

유독 산만한 이 아이의 가능성을 믿어주고 싶을 때.

학습심리학계의 정설, "피그말리온 효과(로젠탈 효과)"를 기억하기. 


유독 산만한 아이를 가르치게 되었다. 


    아이 수업시간 내내 계속해서 딴짓을 한다.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똥"이나 "바보"같은 단어들을 섞어가며 수업과 관계없는 대답을 한다. 밖으로 나가 엄마를 찾을 때도 있고, 방 안에 있는 책들을 쉼 없이 뒤적일 때도 있다. 저번 시간엔 구멍 난 바지 안으로 연필을 넣기 시작했다. (수업 중간에는 바지 안에 연필이 네 개나 들어있었다). 연필을 쉼 없이 깎아대거나, 갑작스레 자리에서 일어나서 서거나 바닥에 주저앉아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아이를 만난 순간 단번에 아이가 똑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앞에 놓인 과제는 간단했다. 아이의 산만함과 활발함을 배움을 지속할 수 있는 에너지로 바라볼지, 아니면 문제적인 행동으로 바라볼지 선택하는 것.


    아이들은 어른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느낀다. 아무리 온유하고 상냥한 말투로 아이에게 말한다 하더라도, 아이들 깊은 내면에서는 이 어른이 가능성을 가지고 자신을 바라보는지, 아니면 문제아라고 여기고 있는지 알고 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시선과 마음을 먹고 자란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시선과 마음을 먹고 자란다.





    샐리그만의 학습된 무기력 연구처럼, 학습 심리계에는 전설과 같은 연구들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는 미국의 심리학자 로젠탈과 제이콥슨 교수의 "로젠탈 효과"실험이다. 제이콥슨 교수는 한 초등학교에서 무작위로 아이들을 선택한 뒤 교사들에게 아이들은 소개했다. "이 아이들은 아주 뛰어난 영재들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몇 달 뒤, "영재"로 소개된 아이들은 다른 학생들에 비해 뛰어난 학업 성취도를 보였다. 교사의 긍정적인 기대와 시선이 아이들이 스스로를 보는 시선을 형성하고, 내면에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피그말리온 효과를 설명한 도식. 우리의 기대가 아이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은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산만한 아이를 맡을 때면 늘 고민이 된다. 아이를 문제아로 규정하는 건 쉽고 편안하나, 아이가 '그럴 수도 있다'라고 여기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생각하게 된다. 아이가 자신을 '문제아'라고 여기는 선생님과 시간을 보낼 때면 아이들의 무의식 속엔 어떤 자아상이 형성될까. 아이의 마음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까. 


    좋은 선생님이 되어주는 길은 간단하다. 그저 아이의 산만함을 아이가 가진 에너지이자, 아이가 가진 좋은 힘이라고 믿어주는 것이다. 동시에 아이가 언제까지 이렇게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바라봐주는 것이다. (실제로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기 시작하면 심각할 정도의 산만하고 무례한 행동을 자연스레 잦아들게 된다. 아이들도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고, 나름대로 자신의 욕구를 조절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실행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이 간단한 행동은 아이를 문제아로 규정하는 일보다 족히 열 배는 어려우며, 누구도 알아주지 않기 때문에 더욱이 선택하고 싶지 않고 싶지 않다는 게 문제지만. 




    두 달 정도 수업을 계속하다가 어느 날은 어머님과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아이가 다른 친구들보다 산만하고 수업에 잘 집중하지 못하지만, 또래 아이들보다 총명하고 좋은 에너지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산만하고 집중하지 못하는 점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좋아지니, 아이를 너무 다그치거나 고정된 자세로 수업 듣기를 강요하지 않아도 괜찮겠느냐고 여쭤보았다. 어머님은 고개를 끄덕이셨다

    

    만약 누군가 나를 존중해주고, 나를 향한 긍정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기대에 부응하는 쪽으로 변하고자 한다. 이는 학계의 정설이자, 무수히 많은 이들의 삶이 증언한 바이다. 아이를 가르치는 일은 가끔 큰 한숨이 나게 하기도 하지만, 오늘도 아이의 삶에 귀한 만남이 되는 교사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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