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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경변호사 Jun 07. 2019

그리움을 간직할 도시가 있다는 것

임경선 - 다정한 구원

최근 밤이 되면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 임경선 작가와 가수 요조씨가 나누는 교환일기를 들으며

포근한 잠에 들고 있습니다. 

임경선 작가는 '태도에 관하여'라는 에세이 집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후 '자유로울 것', '월요일의 그녀에게' 등과 같은 에세이를 읽으면서도

쉽게 해결 될 것 같지 않은 문제에 대한 그녀만의 답(그리고 우리 모두가 공감할 것 같은)을

서슴없이 이야기하는 작가의 모습에 많은 도움을 받았고 감명 깊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 번도 뵌적 없는 임경선 작가는

어느새 저에게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지만, 속은 따뜻한 언니'정도의 이미지였고, 

제가 힘들다고 느끼는 순간이면 기댈 수 있는 작가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작가의 이번 책 '다정한 구원'을 읽으면서는 

지금까지 임경선 작가에게 도움만 받아온 제가,

다정한 위로를 건네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피상적으로 책과 라디오를 통해 알고 있는 작가님은, 

이런 위로를 필요로 하지는 않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도 라디오클립 '임경선과 요조의 교환일기'에서

이 책은 언젠가는 꼭 써야만 할것 같았던 책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었습니다. 

실제로 우리 모두가 한 번 쯤은 돌아보고, 스스로의 방식으로 표현해야할 것 같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임경선 - 다정한 구원







작가에게 리스본



이 책이 나오기 전에 제가 이미 리스본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해두었다는 사실을 괜히 밝히고 싶습니다.

(저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 페르난도 페소아를 생각하는 여행을 위해서였지요) 

그래서 도시 리스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이 

하루빨리 출간되기를 기다려왔죠.


그러나 이 책에서 리스본이라는 도시는

포르투갈의 여행지 리스본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그리움의 도시'입니다.

작가에게는 그 그리움의 도시가 바로 리스본인 것이죠. 

그리고 리스본의 정서와 문화 작가의 기억과 그리움이 섞여

유년시절을 돌아보게 합니다. 


우리 모두도 어린 시절 부모님과 보낸 가장 행복을 기억을 가진 

어떤 공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공간의 특성이 우리의 생활과 기억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을 것이고

어른이 되면 한 번 쯤은 찾아가보기도 하죠

특히 부모님이 이제는 더 이상 곁에 안계시게 되면

우리는 부모님의 기억을 더듬어

그 곳으로 찾아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리스본은 한국에서 아직까지도비행기 직항이 없을 정도로 먼 곳에 있기에

작가도 이제서야 그리움의 도시를 돌아 보게 되었던 것이고,

앞으로 다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도 이야기 했던 것 같습니다. 


나의 그리움이 특정한 공간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는

작가가 부러워지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부모님 그리고 그 다음 세대에게




이 책은 작가의 부모님과 유년시절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리스본이라는 도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지만, 

마냥 슬프고 울적한 이야기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작가의 자녀 '윤서'가 이 여행에 함께 했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리스본에 머무는 동안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 부터 받았던 사랑에 대해 되돌아보고, 

함께 여행하고 있는 자녀 윤서에 대한 사랑에 대해 생각합니다. 

이 모습이 너무도 따뜻하게 느껴졌지요. 


만약 작가가 단지 세상에 계시지 않는 부모님을 그리워하면서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것에 머물렀다면 

리스본의 역사가 찬란했던 과거를 가지고 있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처럼

과거의 기억만 빛날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윤서와 함께 하는 여행을 통해

지난 리스본의 생활을 되돌아보는 작가의 여행을 들여다보면서

저는 오히려 과거보다도 미래와 희망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인지 그리움에 대한 이 책은 전혀 감상적이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습니다. 그저 담담합니다. 









그러나 저는 작가가 이번 여행에서

리스본에서 느꼈던 감정이 이 책에 있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에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것 같다는 여운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작가가 우리에게 단단한 모습을 자주 보여왔고, 

작가가 이 책이 지나치게 감상적인 모습을 띄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혹은 그런 감정들은 혼자만 간직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이겠지요. 


이 책을 읽고 저도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았고, 

어린시절을 보낸 장소를 떠올리게 되었는데

저는 아직은 '좋았던 기억'이 퇴색될까봐 

그 장소를 방문할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언젠가 작가처럼 저에게 '리스본'과 같은 공간에 용기내어 찾아갈 날을 생각하게 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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