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표시의 착오
안녕하세요 부산변호사 부린변호사입니다.
고층아파트를 짓기 위해 땅을 매수했는데, 알고보니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땅이었다면
계약을 취소할 수 있을까요?
이런 사례말고도 계약의 내용이 되는 어떤 사실을 잘못 알고 계약을 체결한 경우
어떻게 법률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민법 제109조 제1항 본문은,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
고 규정하면서 착오로 인하여 잘못 체결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착오가 있다고 하여 모든 경우의 계약을 취소하게 되면
계약 상대방으로서는 이 계약을 토대로 새로운 법률관계를 맺는 등
이 계약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또 다른 사람이 생길 수 있기에
법적안정성이 크게 침해될 수 있습니다.
이에 민법은 착오가 있다고 하여 반드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 한하여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착오로 인한 법률행위의 취소를 규정한 민법 제109조의 조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착오로 계약을 취소하기 위한 요건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조문을 통해 착오로 계약을 취소하기 위한 요건을 살펴보면,
먼저, 법률행위의 내용에 관한 착오이어야 하고,
중요부분의 착오이며,
표의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어야 합니다.
이 세가지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에 관하여서 아래에서 더욱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나라 민법은 「의사표시」 라는 법률행위를
의사를 표시하는 행위 + 마음속으로 생각한 내용
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의미의 의사표시와 달리 법률용어로서의 의사표시는
표시행위와 내심의 의사를 합한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마음속으로 생각한 내용과 다르게 의사를 표시하게 되면 이것을 "착오"라고 합니다.
즉, 내심의 의사와 다르게 표시행위를 잘못한 것이 법률상 착오이고
무조건적으로 잘못 표시한 행위 자체를 착오로 보는 것은 아닙니다.
구체적으로 법원의 판시내용을 보면,
"제109조의 고유한 의미의 착오라는 것은 의사표시의 내용과 내심의 의사가 일치하지 않는 것을 표의자가 모르는 것이다"고 하였고, 이것이 법률상 착오의 의미입니다(대법원 1985. 4. 23. 선고 84다카890 판결 참조).
즉, 법률상 착오의 의미는 무조건적으로 계약당사자가 ‘잘못생각한 경우’가 착오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표시한 내용과 실제 의사가 다른 경우에만 착오로 보는 것입니다.
따라서 마음속으로 생각한 내용 자체에 착오가 있었던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능합니다.
사례를 통해 조금 더 알아보면,
건물신축에 대한 인허가가 결정되지 않았는데도 계약당사자가 인허가가 될 것으로 스스로 믿었다면
이것은 마음속으로 생각한 내용 자체에 착오가 있었던 것이지
표시행위와 마음속의 의사가 불일치 하는 경우는 아니기 때문에
취소가 가능한 '법률행위의 내용에 관한 착오'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는 법률용어로 「동기의 착오」라고 분류하는데
동기의 착오는 원칙적으로 취소가 가능한 착오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이러한 동기의 착오가
계약상대방에게 표시하여 법률행위의 내용이 된 경우에는
즉 계약의 내용으로 표현되거나 표시된 경우에는
착오로 인한 계약 취소가 가능합니다(대법원 2010. 7. 22. 선고 2010다1456 판결 참조).
이 말의 의미는
'내가 이러이러한 목적으로 이 계약을 체결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목적이 달성되지 않는다면
나는 계약을 체결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계약의 상대방에게 알려
상대방도 이것을 알고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것입니다.
또한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하기 위해서는 착오의 내용이 계약의 중요부분에 해당하여야 합니다.
이런 조건이 없다면 사소한 이유로도 계약을 취소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할 수 있고,
법적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계약의 중요부분에 관하여 법원은,
- 부동산 매매에서 시가와 가격에 대한 착오는 일반거래상의 위험으로 당사자가 그 위험을 부담하여야 하기 때문에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의 착오가 아니다(대법원 1992. 10. 23. 92다29337 판결참조)고 판단한 예가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내용이 계약의 중요부분에 해당하는지는 판례와 전체적인 상황을 통해 판단해야 할 문제이기에
단순하게 계약의 중요부분에 해당하는지 하지 않는지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계약 당사자 스스로 당해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알 것이므로 이러한 기준으로 스스로 판단해볼 수 있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외에 착오로 계약을 취소하기 위해서는
의사표시를 한 사람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어야 합니다.
판례에 따르면
- 고려청자로 알고 매수한 도자기가 진품이 아닌 것이 밝혀진 경우, 매수인이 도자기의 출처를 조회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고(대법원 1997.8. 22. 선고 96다26657 판결 참조),
- 반대로 공장을 경영하기 위하여 토지를 임차하면서 공장신설이 가능한지 알아보지 않은 경우에는 중과실이 있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었습니다(대법원 1993. 6. 29. 선고 92다38881 판결 참조).
그러므로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하기 위해
각 요건이 충족되었는지를 스스로 판단해보시기 바랍니다.
민법 제109조의 내용에 따르면 착오로 인한 계약은 취소가 가능한데,
이 때 착오를 이유로 법률행위가 취소되면,
그 법률행위는 민법 제141조에 따라 처음부터 무효였던 것이 됩니다.
그러나 민법 제109조는 착오로 인해 성립된 계약을 기초로 새로운 이해관계를 맺은 제3자를 보호하기위해
제2항에서 착오로 계약이 체결된 사실을 모르는 제3자에 대하여서는 계약 취소를 주장할 수 없다고 규정해두고 있습니다.
법원은,
한우를 사육할 목적으로 임야를 매수하였는데 그 땅에서 한우를 사육할 수 없게 된 경우
-> 취소가 불가능(대법원 1984. 10. 23. 선고 83다카1187 판결 참조)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매매계약서에 표시된 지적과 평수가 실제보다 작은 경우
-> 취소가 불가능(대법원 1976. 4. 27. 선고 75다1218 판결 참조)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환율의 착오 (대법원 1990. 11. 23. 선고 90다카3659 판결 참조) 및 직원의 잘못으로 교통사고가 난 것으로 알고 회사가 치료비 지급채무에 관하여 연대보증한 경우에도(대법원 1979. 3. 27. 선고 78다2493 판결 참조)
-> 취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소송에서 패소를 예상하고 부동산 매도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 계약의 취소가 불가능(대법원 1991. 11. 12. 선고 91다10732 판결 참조)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착오가 계약상대방에 의해 유발된 경우 에는 착오로 인한 계약 취소가 가능하게 되는데,
귀속해제된 토지인데 관계공무원에 의해 귀속재산인 줄 알고 국가에 증여한 사안에서는
-> 취소가 가능(대법원 1978. 7. 11. 선고 78다 719 판결 참조)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많은 계약을 체결하다 보면
실수를 할 수 있지만
그 때 취소 가능한 착오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스스로 판단해보시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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