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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경변호사 Jul 15. 2018

지기(知己)의 소중함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 루소

백아와 종자기의 이야기가 있다.

거문고를 켜던 백아가

자신의 소리를 알아주던 지기(知己)인 종자기를 잃자

거문고 현을 끊어 버렸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를 알아주는 누군가는

우리의 삶에 너무도 소중하다.  


그런데 루소는 루소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없다.

루소는 이 책 한권을 쓰는동안 줄곧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음'을 한탄한다. 


루소는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에서, 

자신에 대한 변명도 해보고

타인의 평가가 중요하지 않다고 스스로를 위로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여러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나만 고립된 것 같다는 생각과

남들에게 인정받지 못했다는 생각은

이렇게 대단한! 루소에게도 가끔은 슬픈 현실이었다. 


타인은 우리의 삶과 행복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존재일까. 

타인의 시선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하며 살아가야 할까. 





루소의 한탄


루소는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아서 슬프다. 

이 책은 어쩌면 루소의 푸념이 담긴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동안, 이런 루소의 징징거림이 마냥 부정적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는 누구나 누군가로부터 자신에 대해 인정받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루소는 사람들이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매사에 올곧고 솔직한 태도가 세상에서는 끔찍한 죄가 되어버린다. 그들처럼 거짓되거나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다는 점 말고는 다른 죄가 없는데도, 나는 동시대인들에게 고약하고 잔인한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 p29"



그리고 자신의 억울함과 자신의 변명을 글로써 남기고자 하는데, 

루소는 글로 남긴 자신의 생각도 글이 출판되는 과정에서

사람들에 의해 왜곡될까 우려한다.


"즉 나라는 사람의 운명과 나에 대한 평판의 운명을 현세대 모두가 일치단결하여 정해버린 이상, 나로서는 어떤 위탁물도 그것을 없애려 혈안이 된 자의 손을 거치지 않고는 다른 세대로 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그러므로 어떤 노력으로도 내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 - p30"



이런 루소의 글을 보면

루소가 당시에 느꼈던 절망감이 어느 정도로 깊었는지 느낄 수 있다. 



우리도 누군가가 나를 모함하거나 

나를 잘못 이해하고 있을 때, 

나의 노력이나 가치를 알아주지 않았을 때

약하게는 슬픔을 강하게는 루소처럼 인생 전반에 대한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그것이 사소한 오해이더라도 

이상하게 신경이 쓰인다.


사람들의 시선이나 나에 대한 생각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우리는 타인의 평가를 '너무도' 신경쓰고 지내는 것이다. 


오늘 내가 하고 간 스카프는

나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었으나

누군가 "예쁘다"고 칭찬한 순간

내가 가진 스카프 중에서 가장 예쁜 스카프가 되는 것이다. 

타인의 인정이라는게 그렇다. 






타인의 시선속에서 자신을 지키는 법



루소는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사회와 사람들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행복하게 살아가기위해 

이런 생각들을 하려고 노력했다.



"하느님은 공정하셔서 내가 고통을 견디기를 원하시고, 또 그런 나에게 죄가 없음을 알고 계신다. - p31"



루소는 사람들이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자신이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을 

신이 준 운명과 같은 것으로 생각했고

그래서 자신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지만,

절대자인 신 만은 자신의 결백을 알아주리라고 믿었다. 

그렇게 루소는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이겨냈다 




"내 영혼과 대화하는 즐거움이야말로 사람들이 내게서 빼앗을 수 없는 유일한 것이므로, 그 즐거움에 완전히 빠져보려한다. - p14"


그리고 루소는 사람들이 자신을 오해하는만큼

오히려 자신과의 대화에 더욱 집중했다. 

그래서 이 책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도 집필하게 된 것이다. 

자기 변명에서 시작된 생각이 글이 되고 책이 되었다. 


루소는 타인을 배제한 채

홀로 자신과 대화하면서

오히려 자신의 지나온 삶과 자기 자신의 신념에 대해

더욱 확신을 갖게 되었다.




"또한 이것은 나를 박해하는 자들에게 내 방식으로 복수하는 길인데, 그들과 무관하게 내가 행복해지는 것 이상으로 그들을 잔인하게 벌할 수는 없을 것이다. - p109"


그리고 루소는 결국 타인과 무관하게

스스로가 행복하다면 

이 행복은 곧 스스로를 위한 것이고 

동시에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다수의 사람들에 대한 복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루소의 좌절



루소는 이처럼 명상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다독이며 

타인의 평가를 신경쓰지 않고 여생을 살아가려 했다. 

그러나 루소에게도 타인을 신경쓰지 않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역경은 분명 훌륭한 스승이지만 그 가르침은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며, 종종 거기서 얻는 이득은 치른 대가에 미치지 못한다. - p33"


"내게 기게스의 반지가 있었다, 나를 인간들에게 종속된 상태에서 끌어내고 그들을 내개 종속시켰을지도 모른다. - p102"


"내앞에서 숨어야 할 쪽은 그들이며, 그들이 모의한 공작을 내게 감추고 햇빛을 피해 두더지처럼 땅속으로 파고들어가야 하는 쪽도 바로 그들이다. 나로서는 그들이 할 수만 있다면 나를 봐주기를 바라고 실제로 그 편이 더 낫지만, 이것을 그들에게 불가능한 일이다. - p104"


"몸보다 마음이 대접받을 때, 사소한 불편쯤은 쉽게 견딜 수 있는 법이다. -p161"



루소는 오랜시간 노력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을 갈구하면서, 

역경이 훌륭한 스승이더라도

배움보다 현실의 인정을 받고 싶다는 마음을 내보였다.


우리가 존경해마지않는 루소도

이렇게 사람들의 시선을 외면하고

오롯이 자신을 위한 행복을 추구하는게 힘들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타인의 시선을 외면하고 살아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그게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라면!


그러니 노력해도 외면할 수 없다면

내 탓이 아니다

그냥 그 일은 원래 어려운 것이다.





루소가 생각하는 행복의 정의



루소는 행복과 자유를 이렇게 정의했다. 

그러니 아래와 같은 행복과 자유를 누릴 수 있다면

우리는 행복하고 자유로우니

타인을 신경쓸 겨를이 없다!



"내 마음이 아쉬워하는 행복이란 덧없는 순간들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는 조금도 강렬하지 않지만 지속되면서 점점 매력이 커져 마침대 그 속에서 최고의 행복을 찾게 되는, 그런 단순하고도 영원한 상태다. - p85"



"인간의 자유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절대로 하지 않는 데 있다. - p104"



루소도 피하지 못했던 고민이 있었고, 

루소는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루소 생전에 이 고민이 실제로 해결되지는 않았다. 


이런 고민들을 보면

옛 위인과 옛 사람들의 삶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와 너무도 비슷하고

우리가 가진 고민도 같다. 


그렇다면

타인의 부정적인 평가나 시선으로 힘들 때

루소의 제안에 따라 

'나만의 행복과 자유'을 추구하거나

타인의 부정적인 평가가 '나를 시험하는 신의 고통'이라고 생각하며 겸허히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해결해볼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의 시선때문에 불행한 삶을 살기에는

내 행복과 내 삶이 너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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