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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경변호사 Oct 16. 2018

무엇보다도 소중한 우울

정혜신 - 당신이 옳다

어린 시절에는 삶이 재미있는 것만 가득한 곳이었다. 

그런데 살아갈수록

내 맘대로 되지 않는 나와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주위의 환경, 사람들 때문에

괴로워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이런 문제들은

우리의 삶에 전반적인 어두움을 몰고올 수 있을 만큼

중요한 문제들 인데도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 알려주는 곳은 없었다.


그렇게 모호함을 가지고 지내던 중,

정혜신 작가의 ‘당신이 옳다’를 읽고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었다.



정혜신 - 당신이옳다



심리적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 



정혜신 작가는 정신과 의사이다.

그러나 의사이기보다는 치료자이다. 


일반적인 의사라면, 

'우울'하다고 말하는 '환자'에게 약을 처방한다. 

그러나 정혜신 작가는

마음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약 대신 공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공감은 바로 '당신이 옳다'는 확인이다.




작가는 ‘나’가 흐려지면 사람이 반드시 병든다고 말한다. 

그런의미에서 최근 많은 사람들이 겪는 공황발작은,

자기 소멸의 벼랑 끝에 몰린 사람이 버둥거리며 보내는 절규라고 말한다.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를 겪는 경우가 많은데

연예인들은 자기 자신이기보다는 

팬들이 원하는 나 자신이 되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있어 '나'가 흐려지면서

마음의 병도 깊어가는 것이다. 


반면, 

자기 존재가 집중받고 주목받은 사람은 

설명할 수 없는 안정감을 확보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안정감 속에서야 비로소  

합리적인 사고가 가능하다.


한 예로 대형참사 희생자의 유족에게 어떤 사람이 '이제 그만 하라고' 비난을 했다. 

이 때 그 사람에게 다가가 화를 내면, 그 사람도 더 언성을 높이게 된다. 

그런데 그 사람에게,

'그렇게 생각하신 이유가 있나요?'라고 묻는다면

그 사람은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하다가

결국에는 묻지 않았음에도 "내가 한 말이 지나쳤다"는 사과를 할 수 있다. 

자기 존재에 대해 주목받았고, 공감받았기 때문이다.

그제서야 그 사람은 합리적인 사고가 가능해졌다.




이처럼

우리의 심리적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끊어지지 않고 계속 공급받아야 하는 산소같은 것은 

‘당신이 옳다'는 확인이다. 


여기서 ‘옳다’는 말의 의미는

'네가 그럴 때는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말, 

무조건적 믿음과 지지이다.


그러니

상대방이 위법한 행동, 사회적으로 비난받아야 할 행동을 하더라도

우선은 '당신이 옳다'고 말해주자.


상대방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설명하고, 

우리는 그 이유를 들으면서

서로를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우울과 무력감은 삶 그 자체일 뿐 병이 아니다.



최근 우울증을 겪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기분이 좋지 않거나 지루한 일상이 계속되면서 무기력함을 느끼게 되면

우리는 '우울하다'고 하고,

그 정도가 심각해지면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다. 


그러나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우울증이라는 이름을 붙여 의사에게 외주 주지 말자'




작가는 우울증의 진단 기준이 아주 모호하고, 

최근의 우울증 진단은 마치 '모든 진단의 휴지통'과 같다고 말한다. 

수면장애를 겪거나 지속적인 우울감이 느껴지기만 해도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는

나의 모든 감정은 내 삶의 나침반이고, 약으로 함부로 없앨 하찮은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울한 감정을 병원에 가서 치료받고, 약으로 무조건 눌러버리려 하지말고

우울한 감정이 들 때에는

우울이라는 내 삶의 파도에 

리듬을 맞춰 나도 함께 파도에 올라타 실컷 우울감을 느끼고,

오히려 우울한 자신의 마음이 왜 그런지에 집중해보자고 제안한다. 


우울한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울의 근원을 알 수 있고 

해결책도 찾을 수 있게 된다. 




우울증은 현대인이 가장 많이 겪는 질환이고, 

진단을 받지 않더라도 일상 생활에서 우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우울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더욱 슬픈 것은

다른 사람들은 느끼지 않는 우울감을 느낀 자신이

병에 걸린 것 같고, 

이 우울감에서 빠져나갈 해결책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의 생각과 같이

우울감을 병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내 마음이 나에게 주는 신호라고 생각하고,


우울함이 느껴질 때 오히려 

내 마음이 다쳤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우울감에서 벗어났을 때의 우리 자신은

더욱 단단한 삶이 되어 있을 것이다.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



작가는 사람들에게 위 질문을 자주 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 질문은

어떤 사람의 피상적인 모습이 아닌

그 사람의 '존재'를 묻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라고 물으면

상대방은 '잘지내요', '00을 하면서 지내요'라고 대답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 라고 물으면

상대방은 '나는 요즘 이런걸 느낀다.'는 

자신의 존재에 관한 답을 할 수 있다.




작가가 지속해서 말하고 있듯,

‘나’라는 존재의 핵심이 위치한 곳은 내 감정, 내 느낌이다.

그리고 느낌이나 감정은 존재로 들어가는 문이다.


그렇기에 이 질문을 하고 대답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는 공감적 관계에 나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질문하는 사람과 대답하는 사람 모두

이 질문으로 

자신을 더욱 또렷히 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작가는 

'관계를 끊을 수 있는 힘도 공감적 관계의 한 축이다.'

라고 한다.


우리는 주변의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늘 좋은사람으로 남고자 지쳐가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관계도 그 관계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관계의 목적일 수 없고, 

다른 사람의 개입과 간섭으로 

나의 삶이 지쳐가고 흔들리고 있다면,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을

관계를 끊는 것을 두려워하고, 

관계를 끊는 사람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본다. 


그러나 서로의 경계를 지켜주지 않는 관계는

누군가에게 파괴적일 수 있기에

경계를 설정하고 자각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리고 경계는 타인을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기에 경계를 지켜주지 않는 타인을 인내하지 말고

관계를 끊는 용기를 가지자.






불안에 관하여 


우리는 우리 자신을 어떤 감정의 카테고리로 분류하기도 한다. 

나와 가까운 감정은 '열정'이다. 

나와 먼 감정은 '게으름'이다. 이렇게.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의 존재를 정의할 수 있는 대표 감정은

우리가 가장 익숙하고 편안하게 느끼는 감정이다. 



그런데 만약 불의를 참지 못하고, 문제 해결에 솔선수범하면서

자신의 대표 감정을 '정의'라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이,

부당한 일을 알면서도 어떤 사정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고 있을 때 

그 사람은 자신의 대표 감정과 벗어난 자신의 행동에 '찌질함'을 느낀다. 

그리고 혼란스러워 한다. 

자신의 찌질한 감정을 소화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찌질한 감정도 대표 감정도 모두 

나쁘거나 좋은 감정이 아니다. 


왜냐하면 감정은 좋고 나쁘고, 옳고 그르고의 이분법으로 판단할 대상이 아니라

단지, 한 존재의 지금 상태를 있는 그대로 나타내는 바로미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울할 때도 슬플때도 무력할 때에도 자신을 탓하지 말자.  
모든 감정에는 이유가 있고 그래서 모든 감정은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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