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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경변호사 Oct 08. 2018

'나'는 내가 아니다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 에리히프롬


대학을 나오고, 직장을 가지고,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이 정도면 내 삶이 괜찮은 삶이라고 생각되다가도

문득 고립감과 허무함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이런 마음이 지속되면 우리는 불면증, 불안감 등을 겪게 되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나빠지게 되면서 더욱 우울해지거나

이런 무력감과 우울감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방문하기도 한다.


행복한 삶을 한 순간에 불행한 삶으로 바꾸어 버리는

이런 '무기력함'이 왜 생겨나는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무기력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지에 관하여

에리히 프롬의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는 우리의 역할을 연기하고 있다


우리는 매일 광고에 노출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의식은 광고에 노출될 때 마다,

외부의 암시를 받는다.


광고속의 삶은 행복하기만 하다

광고는 ‘좋아보이는 것’들만 모아서 우리에게 보여준다.

우리는 ‘좋아보이는 것’을 보고 좋다고 감탄을 연발하다가

결국 우리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렇듯 연출된 현실은 늘 매력적이고,

연출된 현실에 의해 우리의 욕망도 변화한다.

에리히 프롬은 이런 점을 지적한다.




현대 사회에서 ‘좋아보이는 사람’의 모습이란,

늘 미소를 띄고, 타인에게 친절하며,

일에서는 프로의식을 갖고 있으며, 가정생활에도 충실한 사람 정도로 요약해볼 수 있다.


우리는 ‘좋아보이는 사람’의 모습을

외부에서 학습하여,

“외부의 자아 정체성을 결국에는 자기 것으로 삼고,

인성과 성격을 연출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더 나아가,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연기하면,

모두가 완벽한 진짜 삶을 산다고 확신한다.”


 



무기력은 어디서 오는가


그러나 연기하는 삶은 순조로울 수 없다.

왜냐하면 모든 것을 묵묵히 감수하지 않는 우리의 정신 덕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진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진짜 삶의 기본을 위반하게 되면 우리는 장애와 고통을 겪게 된다.”

우리는 완벽한 삶을 연기하며 우리의 욕망을 채우다가,

어느날 우리의 삶이

너무도 지루하고 무미건조하며 우울하고 공허하고 아무 의욕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것이 우리 삶의 장애와 고통

즉, 무력감이다.



그러나 이런 무력감은,

일시적으로 연출된 현실의 경험 상품들을 통해

활력을 찾으면서 의식에서 추방할 수 있다.

우리가 소비를 하면서 잠깐의 기쁨을 느끼는 것이 그렇다.


그러나 우리는 가끔 연출된 삶이 허약함을 보인다는 생각이 들거나,

광고 등을 통해 사회가 우리에게 걸어둔 집단 최면이

더 이상 우리에게 통하지 않을 때 다시 무력감을 느낀다.

이 때 우리는 참을 수 없는 무력감 대신

신체적, 심리적 고통을 겪게 되기도 한다.


즉, 자발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진정한 느낌과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는 무능력,

그로 인해 암시에따라

타인과 자신에게 가짜 자아를 내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열등감과 무력감의 뿌리이다. 




무기력의 증상


에리히 프롬은,

"오늘날에는 모두가 자기 자신을 착취한다.

모두가 자기 밖의 목적을 위해 자신을 이용한다." 고 말한다.


이런 사회에서 인간은

스스로를 상품으로 느끼기 때문에

자신이 제공할 수 있는 속성에 대해 수요가 없을 경우

자신감, 자존감을 가질 수 없다.

인기나 시장에서의 성공으로만

자신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타인의 기대에 부응할 때에만 자신을 확신할 수 있게 된다.




스스로를 착취하는 우리는,

시간을 절약해 놓고는

막상 그 절약한 시간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워 하고,

성공을 위해 노력하다가도 막상 성취를 이루어내면

왜 이런 성취를 이루고도 행복하지 않은지 반문한다.


그리고 독창성을 잃은 우리는,

모든 에너지를 가지고 싶은 것을 갖는데 쏟으면서도

그런 행동의 전제인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묻지 않는다.


이처럼 인간은 사물이 아니기에,

스스로 사물이 또는 수단이 된다면

자각하건 못 하건 병이 들게 된다.

“ 이 질병이 바로 권태, 삶이 무의미하다는 느낌, 풍요롭지만 아무 기쁨도 없는 삶이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는 느낌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질병을 무력감이라고 차마 말하지 못한다.

우리는 이 질병을 언급하는 순간 마저도,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질병의 표현형태로 가능한 온갖 것들을 들먹인다.

불면에 시달린다고, 술을 마시고 싶다고, 직장이 불만스럽다고.






무기력의 심화


“우리는 존재를 추구하지 않고 소유를 추구한다.“


많은 경우에서 소유가 존재보다 더 강한 현실성을 갖고,

우리는 인격으로서의 자신이 되기를 중단하고,

자신을 소유자로 소외시키고 있다.


이런 소외감은

인간관계를 통해 더욱 강화되는데,

현대인은 서로를 조종하고 서로를 목적을 위한 도구로 취급하며 서로에게 무관심하여,

모든 개인적 관계와 사회적 관계에 시장 법칙을 적용한다.


그리고 소외된 우리는, 무기력을 극복하고자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될 것이라고 믿거나,

통제권이나 권력을 갖기를 소망하지만

무기력의 극복은 쉽지 않다.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열정적인 사람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


“인간은 자각에 이르는 만큼만, 현실을 인식하는 만큼만 자유로워진다. “


.

에리히 프롬은 적극적으로 자유를 찾는 사람만이

자유를 얻을 수 있으며,

그 자유는 우리가 외부의 암시에 휘둘리지 않고 .

비판적 사고로서 우리의 존재에 관하여 생각할 때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무기력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기 위해서는

사고와 감정에서 자기 경험의 현실성을 확신하고

이를 믿고 신뢰할 수 있다는 의미의 ‘믿음’을 바탕으로

안전을 포기할 용기, 타인과 달라지겠다는 용기, 고립을 참고 견디겠다는 용기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사회와 타인의 시선, 기대에서 벗어나

비판적으로 스스로의 존재에 관하여 사고하고,

이 사고를 통해 얻은 결론을

확신과 믿음으로 지켜나간다면

무기력은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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