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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경변호사 Dec 05. 2018

판사님의 고민을 우리도

판사유감 - 문유석


언제부터인가 현직의 판사님이 쓴 책이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관심을 가진 적이 있다. 

이후 작가의 '개인주의자 선언'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미스함무라비'가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이제는 정말 이 책들을 읽어봐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문유석 작가의 여러 책이 있지만,

작가의 생각을 가장 잘 나타내 줄 수 있는 책은

작가가 작가이기보다는 판사님일때 쓴 이 책 같아서

'판사 유감' 을 읽어보았다. 






작가의 용기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먼저 작가의 직업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작가의 용기에 새삼 놀랐다.

보수적인 법조계에서 수십년간 일해온

부장판사님이 쓰신 글이라기엔

다소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용기에 감탄하며 서문을 읽고 있는데,

작가는 그냥 그러고 싶어서 책을 내게 되었다고 담담히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책을 내기로 한 이유는 결국 제가 그러고 싶어서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속에는

사소하게라도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그래서인지 우리는 이럴까 저럴까

우리의 행동을 망설이게 된다. 


그런데 이유없이 

마음에 따라 

'그냥 하고 싶어서 한다'는 작가의 말은

왠지 감명이 깊었다. 




작가의 또다른 용기는

아주아주 보수적인 법원 사회 내부의 일을

미화없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다른 작가들이 그래온 것 처럼

이 작가도 남들이 봐도 되는 범위의 법원 생활을

알려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작가는 여러 판결 사례를 소개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작가가 형사재판을 하면서 겪었던 고뇌와 판결과정을 

책에서 다루는 것은,

독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 알 수 없고

무엇보다도 사법부를 대신하는 판사의 직책과 업무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기에 조심스러웠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그러나

작가는 '조금 이기적'이게도

법원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회사의 입장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판사의 인간적인 고뇌를 알렸다(영업기밀을 알린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작가의 글을 보고

사람들이 '판사도 완벽하지 않다'는 생각에만 이른다면,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판사도 완벽하지 않지만, 누구보다도 완벽한 판단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에 이르면

불신이 아니라 신뢰를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작가의 작은 이기심이 

지금까지는 비밀스럽기만 했던 사법부를 

좀 더 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용기있는 한걸음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렇게 평범한 심판자


그리고 이 책을 읽어 나가면서는

작가의 평범함에 감명을 받았다. 


이런 평범한 사람이 

세상의 질문에 고군분투하면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고

무엇보다도 

그렇게 힘들여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우리 사회의 질서를 지켜주는

심판자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똑똑한 법학자라도 

사람에 대한 애정과 

스스로에 대한 회의가 없이 

누군가의 삶을 결정하고 판단하는

위치에서 일하게 된다면 

그 임무의 무게에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작가는 "강한 힘에는 강한 책임감이 따른다"는

영화 스파이더맨의 대사를 인용하면서,

강한 책임감을 가질 것을 다짐한다. 

나의 능력을 의심하게 되는 버거워보이는 일 앞에서 

이런 마음가짐을 갖고 싶다. 






사회가 나아갈 길을 고민해보는 작가


이 책에 포함된 글 중에 

- 신은 말했다 인간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고 - 는 제목의 글이 있다. 

많은 학자들이 자본주의의 폐해와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격차문제로 

부의 분배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는 위 글에서,  

'인간 사회가 물질적으로 평등해질 수는 없으므로, 

빈부 격차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각자가 자신의 현재 상태에서

지금 당장 보다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나름대로의 해답을 제시한다. 


또한 작가는,

부유층이 권태로 인하여 마약사건을 일으키는 경우를 소개하면서, 

"뭘 해도 감동도 설렘도 없는 삶이란 겉만 번지지르르한 지옥"임을 보여주면서,

"부의 분배는 불평등해도 행복은 평등할 수 있다"고 한다. 

작가는 이런 믿음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삶에서 다양한 기쁨을 찾을 수 있는 능력과 경험을

사람들이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작가의 생각에 크게 공감하고, 

자신의 일을 넘어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작가의 책임감에 

다시 한 번 감명받게 된다. 



그리고 작가는,

각자의 일을 존중하면서, 

그 일에 관한 한 그 사람의 권한과 판단을 존중하자고 하는데, 

이런 작가의 말은 

우리 사회의 '갑질'문제의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렇게 사회구성원들이 

자기 일과 자기 권한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는다면, 

사회는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 내 생각을 바꾼 작가의 생


1. 파산에 관하여


파산과 면책은

왠지 빚을 갚지 않으려는 술책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작가는

"법원의 면책 결정은 원래 가치가 0원인 채권을 0원이라고 확인해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하면서,

"파산한 인간은 계속 살아가야 하므로,

 도전하다가 쓰러진 인간에게는 무덤 대신 두 번째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하였다. 


즉, 어차피 갚을 능력이 되지 않는 빚으로 

살아가는 인간을 괴롭히기보다

새로운 기회를 주고 다시 잘 살아볼 수 있도록

사회가 도와주자는 것이다. 


책에서만 봤던 파산과 면책의 취지를

이렇게 이해하게 되었다. 



2. 공감의 힘에 관하여


작가는, 

"사람들은 논리나 당위로 절대로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공감해야 비로소 변화하지요."라고 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타인에게 설득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그 생각의 기준에 따라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 기준은 바뀌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어떤 일에 '공감'해 본 사람은

설득이 필요없다. 

스스로가 공감하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알게된다면, 

그 방법도 스스로 찾아나간다.


그렇기에, 

법원처럼 잘못을 질책해야만 하는 곳에서

엄격한 법보다는 공감으로 

사람들을 대해야 하는 것 같다. 



p.s.

작가의 생각이 전부 옳다고 할 수 없으나,

생각을 밝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 책을 쓴 작가를 위해

한 번 쯤 읽어보시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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