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지친 여행자

#2 여행이 꼭 즐거운 것만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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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전까지는 여행을 자주 다녔다.

새로운 장소에 대한 궁금함

그리고 여행지에서의 놀람과 설렘

일상에서 떠난다는 해방감으로

시간적 여유가 될 때 마다

이곳저곳 여행을 다녔다.

여행을 떠나지 않고는 가만히 있기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어느순간

관광지를 들르고 유물과 건축물을 보는것이

예전만큼 즐겁지 않아졌다.

그래서 여행을 다니는 것을 그만두게 되었다.






일상의 즐거움을 잠시라도 포기할 수 없어



여행에 대한 흥미가 사라졌고,

게다가 그 무렵 부터 일상의 즐거움을 깨닫게 되었다.


출근하고 일을 하고 퇴근하고,

퇴근후에 저녁을 먹고 취미생활을 하고

주말에는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평범한 이런 일상이 너무도 소중하고

매일 행복함을 느껴서

여행을 가는 동안

이 일상을 잠시라도 포기하는 것이 싫어졌다.


하루하루의 일상 속에서도

새롭고 소중한 것들이 너무 많아

그 즐거움을 다 누릴 수 없어서

따로 여행을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 이다.



'수상록'을 집필한 작가 몽테뉴는

마음에 새로움을 느끼게 하는 모든 것이 여행

이라고 하면서, 심지어 여행이 불필요하다고도 했다.

주변에서도 충분히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생경한 느낌을 받을 수 있기에

여행을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몽테뉴는 단지 주위를 평소와 다른 시각으로 살펴보기만 하더라도

충분히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생각과 느낌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이렇듯 일상에서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일상의 모든 순간이 새로움이고 여행이니,

해외 여행을 갈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여행 대신 찾은 즐거움


여행을 가는 것을 줄이면서,

경제적인 부담도 크게 줄었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가지 않은 돈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도 '필요없는 여행'을 가지 않음으로써 얻게된

소소한 기쁨이다.



나는 여행을 줄인 이후,

먼저 '내 몸'에 좀 더 집중하게 되었다.

그래서 운동을 꾸준히 하고

내 신체가 변화하는 과정을 매일 즐기게 되었다.

몸은 신기하게도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고,

매일의 꾸준한 노력으로 변화한다.


특히 최근에 나는 취미 발레를 시작했는데

발레를 하면서

좀 더 내몸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

그리고 발레는 배우는 동안

내 몸을 발레동작에 맞게 맞추어 가는 과정,

발레를 위한 피아노 반주음악을 듣는 시간,

이런 시간들이 너무 소중하게 느끼고 있다.



또한 나는 여행을 덜 가고 나서,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여행을 가는 것을 좋아했을 때에는

익숙함보다 새롭고 자극적인 것을 선호했다.

그래서 내가 겪어 보지 못한 것

내가 지금까지 알던 것 보다 훨씬 새로운 것

놀라운 것들을 찾아다닌 것이다.

내가 알고 있던 세계가 확장되어 가는 과정은

큰 기쁨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행을 가지 않자,

오히려 기쁨과 즐거움에 대한

내 느낌의 한계치가 낮아져서

나는 사소한 일에도 기뻐하고 놀라는 사람이 되었다.


우연히 나에게 다가온 행복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는 사람이 된 것이다.





여행의 긍정적 기능을 인정한다.

하지만 여행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여행가는 사람들에게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혼자만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새로움보다 익숙함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여행은 지치는 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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