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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경변호사 Dec 27. 2018

우리가 가진 각자의 색채

무라카미 하루키 -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우리 사회는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막상 개성을 보일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너무 튄다'는 말로 그 사람의 색채를 없애 버리곤 한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는 샛노랬던 사람도

나중에 어른이 되면 누르스름 해지거나 노란색이었던 과거의 흔적으로만

남게되는 것이 삶인 것 같다.

그래서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에 대한 이 책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색채가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



이 책은 색채 가득한 네 명과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에 관한 소설이다. 

다자키 쓰쿠루는 친구 네 명과 학창시절을 보내었는데,

각자 색채가 뚜렷한 친구들에 비해

자신은 이름에 색도 없고(다른 친구들은 이름에 색을 의미하는 한자가 포함되어 있었다)

성격에도 개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친구 네 명이 어느 날 갑자기 쓰쿠루를 외면해버리자

쓰쿠르는 더욱 색채 없는 삶을 살게 되었다. 


인간에게는 모두 저마다 색깔이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알아? 아니 모릅니다.




일상을 보내는 동안

"내가 무슨 색이지?"하고 스스로에 대해 고민할 기회가 적지만,

기회가 생긴다면 스스로를 무슨 색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현대인은 스스로를 '회색'으로 지칭하는 경우가 

가장 많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회색은 도시의 색깔이자 기계의 색,

검정과 흰색의 중간에 있는

무난한 삶을 상징하는 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에서 회사에서

특별히 남에게 튀거나 질투받지 않고

평범하고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는 삶을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은

누군가 자신을 '회색'이라고 정의내려주는 순간

만족할 것이다. 






색채없는 삶(회색의 삶)



그런데 스스로를 회색이라고 정의하는 순간

스스로가 '한 사람의 개인'이 아니라

회색빛 도시에서 주어진 역할을 반복적으로 묵묵히 수행하는

회색 기계 같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그리고 이렇게 맡은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면서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고 퇴직을 하고 죽음에 이르는

이런 삶을 살아가는 것에 대해 허무함을 느끼게 된다.


남에게 질투 받더라도 욕을 좀 듣더라도

자신의 색을 내보이면 어떨까 

'내 이름은 빨강'이라고(오르한 파묵의 책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자신의 색채없이 살아가려는 사람은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책 속의 쓰쿠루도 색채가 없는 사람으로 살아가려 했으나, 

결국은 색채를 찾아갈 수 밖에 없었다

친구들이 자신을 외면한 기억으로 16년간 괴로워했기 때문이다. 


기억을 어딘가에 잘 감추었다 해도, 깊은 곳에 잘 가라 앉혔다 해도,
거기서 비롯한 역사를 지울 수는 없어






색채와 자유 



책 속에서 쓰쿠루가 데이트를 하고 있는 사라는,

"요리사는 웨이터를 증오하고, 그 둘은 손님을 증오한다. 

아널드 웨스커의 ‘부엌’이라는 희곡에 나오는 말이에요. 

자유를 빼앗긴 인간은 반드시 누군가를 증오하게 되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그런 삶은 살기 싫어요."라고 말한다.

사라는 쓰쿠루와 달리 선명한 색채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자신은 자유를 위해 색채있는 삶을 살아간다고 말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증오하지 않고 자신만의 색으로 살고 싶다고

그렇게 말한다.



또한 사라는 이런 말을 한다.

"무슨 일이건 반드시 틀이란 게 있어요. 사고 역시 마찬가지죠. 

틀이란 걸 일일이 두려워해서도 안 되지만, 틀을 깨부수는 것을 두려워해서도 안 돼요. 

사람이 자유롭기 위해서는 그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틀에 대한 경의와 증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늘 이중적이죠.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 정도예요."


개성(색채)를 가진 사람으로 살아가려면

틀을 부수는 일이 필요하다고

틀을 부수는 일은 결코 쉽지 않겠지만, 

두려워하지않고 부순다면 자유로운(색채있는)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참 이상한 일이에요. 

아무리 평온하고 가지런해 보이는 인생에도 

어딘가 반드시 커다란 파탄의 시절이 있는 것 같거든요. 

미치기 위한 시기라고 해도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인간에게는 아마도 그런 전환기 같은게 필요한 거겠죠."

사라의 이런 말은, 

색채없이 무난하게 살아가려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이제라도 '전환기'를 거쳐

색채있는 삶으로 살아보는 게 어떨까



색채 없는 삶은 빛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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