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율을 쉽게 말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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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올해로 변호사로 일한지 4년차가 되었습니다.
그 동안 일을 하면서 기쁜일도 있었고 아쉬웠던 일도 많았습니다.
이런 일들은 모든 직업에서 다 느낄 수 있는 기쁨과 한숨이겠지만,
제가 하는 일에서 더욱 잘 느낄 수 있는 기쁨과 한숨의 순간들을
혼자만 기뻐하기에는 아깝고 혼자만 속상해하기도 힘들어서
기쁨과 슬픔을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귀한 시간을 내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만큼 가치있는 글이 될 수 있도록 진실하게 쓰겠습니다.
재판을 하기 위해 사무실에 찾아온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질문이
"그래서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몇 퍼센트 정도인가요?" 라는 질문입니다.
그래서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몇 퍼센트 정도인가요?
그런데 이렇게 확률을 정해달라는 의뢰인의 질문에 변호사는
"지금으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자주 말하게 됩니다.
의뢰인으로서는 답답할 수도 있지만
변호사가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기도 합니다.
소송을 하고자 하는 분들이 법률상담을 하면서
변호사에게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바로 승소율입니다.
그리고 정확한 승소율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건에 대한 증거(객관적인 자료, 문서 등)와 사건 내용을 바탕으로
변호사 개인이 유사한 사건을 직접, 그리고 최근에 처리해보았던 경험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법률상담을 할 때
의뢰인은 자신이 처한 법률적 상황을 설명하고 변호사는 그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이 때 대부분의 경우는 자기가 처한 상황을
의도치 않게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설명하게 됩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말씀드릴게요" 라고 시작하는 이야기도
어쩔 수 없이 "그래서 나의 잘못은 없고 상대방만 잘못을 해서 억울하다"는 결론으로 끝맺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변호사는 객관적 진실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승소율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최대한의 승소율을 가늠해보고자
관련 서류를 보여달라고 하거나,
이야기를 듣다가 궁금한 점을 질문하게 되는데
이렇게 정해지는 승소율은 정확한 것은 아니고
추후 객관적인 다른 증거나 상황이 추가된다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유동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변호사는 의뢰인이 처한 상황을
의뢰인에게 말할 수 없지만
마음속의 승소율을 정할 수 있습니다.
수치로 정형화하여 의뢰인에게 확답을 해줄 수는 없지만
사건 처리 경험을 통해 쌓은 법정 경험치로
'이 정도면 된다'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 같은 사건을 두고도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변호사의 경우에는
승소율을 조금 높여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고,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변호사의 경우에는
소송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권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변호사 개인의 법률적인 판단인데,
가끔은 "다른 사무실에서는 안된다고 했는데 왜 이곳에서는 된다고 속이느냐"고
의문을 가지는 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속이는 것이 아니라
같은 상황에 따른 변호사 개인의 판단이 다른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변호사가
오히려 사건에 더 신중하게 접근해서 승소할 수도 있고,
사건을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보는 변호사가
사건을 파고 들어 승소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에 대한 승소율을 어떻게 보는가 하는 문제가
최종적인 결론과는 큰 상관이 없습니다.
오히려 사건을 대하는 변호사의 성의가
이길 수 없는 사건도 이기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러나 사건 내용을 듣자말자 누가 진행하더라도 이길 수 없다고 판단되는 사안도 물론 있습니다)
그리고 변호사들은 나름의 판단으로
사건을 수임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변호사업무의 기쁨 또는 한숨짓게 되는 일을 이야기한다고 해놓고
왜 승소율에 대해서만 계속 이야기 했는가 하면,
승소율에 대한 판단 때문에
울고 웃는 일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처음 사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 정도면 이길 수 있겠다고 판단해서 사건을 수임했고,
최선을 다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새로운 증거, 사실관계로
패소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변호사는 최선을 다하더라도 패소할 수 있는 것인데,
(실제 발생한 일 자체를 변호사가 바꿀 수는 없기에)
변호사는 의도치 않게 의뢰인에게 승소율을 속인 사람이 되곤 합니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상대방에게 재산 전부를 지급하고 패소하여야 하는 사건을
변호사가 소송을 성실히 수행하여 상대방에게 절반만 지급하게 되었다면
나머지 절반을 지킨 것을 승소라고 보아야 함에도
변호사는 '패소'라는 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런 일들을 겪을 때
최선을 다했고 결과도 좋았지만
의뢰인만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 속상함을 느낍니다.
승소율이 높은 변호사가 능력있는 변호사가 아닌가요?
"아닙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승소율이 높은 변호사가
능력있는 변호사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위의 글에서 변호사는 나름대로 사건에 대한 승소판단을 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승소율을 높이고 싶은 변호사는
패소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사건 자체를 맡지 않게 됩니다.
누가 봐도 이길 사건을 수행하고, 그대로 이기는 것입니다.
반면 실제로 능력있는 변호사는
패소할 사건을 이기게 하는 변호사라고 할 수 있는데,
전부 패소할 사건을 절반만 패소하게 하는 변호사도
이 범위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전부 승소한 변호사는 아닌 것이지요.
그래서 실제로 능력있는 변호사는
승소율이 높은 변호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승소할 사건만 맡아서 승소하는 것은
변호사로서의 '실력'을 기르는 것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능력있는 변호사는 관련 사건을 가장 최근에 가장 많이 처리한 변호사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관련 사건을 직접 수행해보았기에
사건을 수행하면서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 소송의 방향 등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고
최근에 수행하였던 사건들의 결과 데이터로 형량 또는 판결 결과를 가늠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법조인이라면 누가 봐도 좋은 결과라고 생각할 만한 결과를 얻었는데도,
오히려 의뢰인이 만족하지 못했던 사건이 있었고 크게 속상함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제 노력을 인정해주실것이라고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