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자■화■상■U-Hee(유희)■[#03]■

by IMSpir e Dition X


그녀와 전화를 끊고나서 다행이다라는 안도감이 들었어요.

근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지전처럼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쓰나미 같은 공포감이 나를 덮쳐왔죠.


청춘이 아파서 불행했던 것이 아니다. 나라고 느껴지지 않아서 절망스러운 것이다. 이것은 유희의 자화상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자화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나의 청춘이 곧 모두의 청춘이다. 유희가 그랬다면 누군가도 그랬을테고 누군가는 그러고 있을것이다. 그들도 다르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는 걷는 걸음은 흔들거리고 비틀거리기 마련이고 시간은 그저 스쳐지나가고 매일이 지겨워지는 삶은 한없이 위태롭기만 하다. 공허함은 아픔으로만 채울 수 있고 고통만이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본능에 따라 가는 삶. 대가의 상처는 주홍글씨로 새겨지고, 덩그러니 남겨진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사방이 현실로 막혀버린 장소에 찬란한 빛이 닿지 못한다.


평생 청춘을 아프게 느끼고 산다는 것. 우울하고 서글픈 자화상을 그리는데 청춘을 낭비하는 것.

애쓰며 치켜뜬 한쪽 눈에 보이는 단면적 청춘이 전체라 생각해서 그것을 실체라고 믿으며 살까봐.

그 무엇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슬픈 자화상이 무덤처럼 쌓여가고 있다는게 지독히 무서웠어요




성근 눈이 내리고 있었다.
내가 서있는 벌판의 한쪽 끝은 야트막한 산으로 이어져 있었는데 등성이에서 부터 이편 아래쪽까지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들이 심겨 있었다. 여러 연령대의 사람들처럼 조금씩 다른 키에 철길 침목 정도의 굵기를 가진 나무들이었다. 하지만 침목처럼 곧지 않고 조금씩 기울거나 휘어 있어서 마치 수천 명의 남녀들과 야윈 아이들이 어깨를 웅크린 채 눈을 맞고 있는 것 같았다.
묘지가 여기 있었나, 나는 생각했다. "이 나무들이 다 묘비 인가"
왜 이런데다 무덤을 쓴거야? 점점 빠르게 바다가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날마다 이렇게 밀물이 들었다 나가고 있었던 건가?
아래쪽 무덤들은 봉분만 남고 뼈들이 쓸려 가버린 것 아닌가?
시간이 없었다. 이미 물에 잠긴 무덤들은 어쩔 수 없더라도 위쪽에 묻힌 뼈들은 옮겨야 했다.
바다가 더 들어오기 전에, "바로 지금"
「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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