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체계 교란
면역력이 약했다.
그것은 지금껏 주변에 둔 사람들이
대개 나와 비슷한 수준의 면역력을 지녔기 때문이었을까.
서른을 넘긴 날들에
내가 가꾸던 반 평 남짓 좁디좁은 마당은
무공해 유기농 채소 같은 사람들과
독소 농약으로 무장한 사람들로 나뉘었다.
눈코 뜰 새 없이 살아가던 어떤 날
무심코 바라본 마당은 살육전이 한창이었다.
농약 인간들이 유기농 집단의 반의 반평마저 차지하려는 순간,
농약 인간 중 하나가 크게 외쳤다.
"세상도 좀 알아야지,
착하지만 않은 사람들도 겪어야지!"
독해지라는 강요에
유기농 인간들이 이성적으로 대항하고 있었다.
"어째서? 그렇게 안 해도 살 수 있는데. "
농약 대표가 말했다.
"세상이 어디 그렇게 쉽게 살아지는 줄 알아? 독해야 잘 살아남아."
그 편의 행동파가 거든다.
"나 어릴 때는 더 독하게 했거든, 다 약치면서 크는 거야.
너라고 다를 거 같아?"
이미 마당은 쑤신 벌집이 되어가고 있었다.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전쟁.
그때, 면역력이 가장 떨어지기로 소문난 유기농 인간이 나섰다.
겸손하게 수줍게 잘 모르는 얼굴로,
그런데 말입니다_
"어차피 뺄 독을 왜 쌓으라는 건지요?"
모두가 말을 멈췄다.
그 순간, 난 그의 말이 그 현장에서 가장 독한 말이 되어
마당에 뿌려졌다는 걸 알아차렸다.
저렇게 독한 놈이 있나.
대부분의 나와 당신들은
독해지는 것을 배우고 훈련하여
철근같이 강해진 후에는
다시 그 독기를 빼기 위해
여행을 가고, 책을 읽고, 사우나를 가고,
맛있는 것과 멋있는 것을 탐한다.
아마도
살기 위해서.
그렇게 못난 놈이 된다.
마당은 그 이후 지금껏 휴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