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er than honey
당신에게 왠지 꿀을 사주고 싶더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꿀이 가득 담긴 병이 떠오르지 뭐야.
고양이 세수를 쓱 하고서
이 작은 섬 동네 구석구석
바다보다 짠내 나는 중국인 슈퍼를 찾아
휘모리장단처럼 달리다가
꿀병이 옹기종기 있는 곳을 보고
뚜껑에 자욱한 먼지를 엄지로 쓱 닦은 다음
괜히 기분이 우쭐해져서는,
엄지를 올리며 이거 얼마예요?
하고 물었지 뭐야.
어쩐지 여왕벌을 산채로 차지한 느낌이 뭐랄까,
15.5 벨리즈 달러인 이 꿀이
지리산 토종꿀보다 더욱 소중해져서 말이야.
당신이 아낌없이 뿌려먹을 거란 상상을 하면서
자전거를 굴리는 내 발은 다시 휘모리장단.
아직 새하얗게 자고 있는 눈부신 너의 집 앞.
현관문 아래 꿀병을 얌전히 놓아두고
아래를 보라는 메모도 꽂아두고
나는 바보처럼 웃으며 돌아 나왔지.
꿀이 나인지, 내가 꿀인지
설마 네가 헷갈리진 않을까 슬슬 걱정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