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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트리 Feb 11. 2020

허니에게 꿀을

sweeter than honey

당신에게 왠지 꿀을 사주고 싶더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꿀이 가득 담긴 병이 떠오르지 뭐야.

고양이 세수를 쓱 하고서

이 작은 섬 동네 구석구석

바다보다 짠내 나는 중국인 슈퍼를 찾아

휘모리장단처럼 달리다가

꿀병이 옹기종기 있는 곳을 보고

뚜껑에 자욱한 먼지를 엄지로 쓱 닦은 다음

괜히 기분이 우쭐해져서는,

엄지를 올리며 이거 얼마예요?

하고 물었지 뭐야.


어쩐지 여왕벌을 산채로 차지한 느낌이 뭐랄까,

15.5 벨리즈 달러인 이 꿀이

지리산 토종꿀보다 더욱 소중해져서 말이야.


당신이 아낌없이 뿌려먹을 거란 상상을 하면서

자전거를 굴리는 내 발은 다시 휘모리장단.


아직 새하얗게 자고 있는 눈부신 너의 집 앞.

현관문 아래 꿀병을 얌전히 놓아두고

아래를 보라는 메모도 꽂아두고

나는 바보처럼 웃으며 돌아 나왔지.


꿀이 나인지, 내가 꿀인지

설마 네가 헷갈리진 않을까 슬슬 걱정되네.  



Mary's porch, Beliz ©2011. 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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