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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이제 그만

by 이상민 NIRVANA


괜찮은 거니.

나는 너무 오래 걸리는 중인데

아직 괜찮다, 말하긴 이르거든.

이런 새벽에 부재중 전화라니.

여전히 내 번호를 차단했으면서

이건 너무 반칙이 아닐까.

그냥 실수로 눌렀겠지, 아마도 그렇겠지.

혹시나 하는 희망 따윈 이제 그만.

더는 아프고 싶지 않고, 더는 흔들리고 싶지 않아.

기다림에 지쳐, 심장이 무너지는 것도 이젠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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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기다림 끝에 희망이 있었으면 했지만,

지금 남은 바람은

그냥 온전히 흔적없이 나를 세상에서 지우는 것.

나는 서서히 떠날 준비를 하고 있어.

내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알았으니까.

그러니 이제 아무 바람도 갖지 않고 살아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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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거지.

그래, 너는 그랬으면 좋겠다.

나는 비록 여전히 괜찮지 않지만,

너라도 괜찮다면 조금은 위안이 될 거 같다.

아직은, 그래.

아니, 앞으로 그럴 지도 모르겠지만.

아픔에도 익숙해지고, 상처도 무뎌지니,

조금은, 조금은 나아진 거 같다.


아직은 괜찮지 않지만,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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