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저스티스 리그>
개봉전부터 온갖 악재에 시달리던 영화 <저스티스리그>가 드디어 개봉됐다. 북미 박스 오피스 기록은 <배트맨 대 슈퍼맨>에도 못 미치는 참담한 수준. <원더우먼>으로 기사회생했던 DC의 시네마틱 유니버스 프로젝트는 다시 기나긴 암흑에 빠져들 위기에 봉착했다. <맨 오브 스틸>부터 메가폰을 잡았던 잭 스나이더 감독이 가족의 비극적인 사건으로 중도 하차하고 <어벤저스>을 연출했던 조스 웨던이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결과물은 영 신통치 않다. 이전에 고수해왔던 DC영화의 톤과 매너는 어쩌면 조스 웨던의 스타일하고는 잘 맞지 않은 듯. 간간히 나오는 미국식 유머는 국내 관객에게 그다지 통할 것 같지 않고. 플롯이나 스토리야 어쩔 수 없다지만 <맨 오브 스틸>에서 보여줬던 극강의 액션 비주얼은 어째 갈수록 퇴보하는 분위기다. 이미 판을 잔뜩 벌였으니 이제 와서 리부트를 하는 것도 난센스이고, 이후에 나와줄 <아쿠아맨>이나 <원더우먼2>에서 만회해주지 않으면 DC의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사실상 마침표를 찍을 것 같다.
홍보 문구에는 버젓이 "혼자서는 세상을 구할 수 없다"고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분' 혼자서도 세상을 백 번은 구하고 남겠더라.
누구의 의도인지는 몰라도 캐릭터 간의 밸런스가 붕게되었다고 할까. 물론 슈퍼맨의 무소불위 피워는 익히 알고 있지만, 역할 분담에서 분명히 실패한 것이 사실이다. 이전 작에서 보여주었던 원더우먼의 강력함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고, 원작 코믹스에서 익숙하지 않은 국내 관객들에겐 다소 낯선 플래쉬나, 아쿠아맨, 사이보그의 활약상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은 것도 문제라면 문제. 이미 옆 동네인 마블의 <어벤져스>가 보여준 선례를 고스란히 따라갈 수밖에 없더라도 뭔가 DC만의 톤과 매너를 더 보여줬어야 하지 않나. 이렇게 많은 캐릭터가 나오는 작품의 러닝타임이 겨우 110분이라는 것도 다소 의아하다. 그렇다고 임팩트 있는 씬이 있는 것도 아니고 러닝타임은 짧은데도 중간중간에 느슨하게 늘어지는 건 또 뭔가 싶을 정도.
앞으로 나올 <샤잠>, <더 배트맨>, <원더우먼2>, <맨오브스틸2>에 대한 기대가 점점 떨어지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일지.
마블에 비하면 다소 보수적인 색채를 띤 DC만의 스타일을 제대로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은 너무 지나친 욕심인가? 감독판 공개의 청원이 진행 중이라는데, 러닝타임이 늘어난다고 해서 이 영화를 구제할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다.
정말 여러 모로 아쉬운, 일진일퇴를 거듭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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