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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주 Mar 17. 2021

아기를 품은 몸의 가치를 매기는 것의 씁쓸함을.

조앤 라모스 / 베이비팜


"-아직도 이 일에 뭔가 심오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죠."


제인은 이런 식의 대화에 익숙하지 않다. 그들이 사용하는 단어들에도, 속사포 같은 속도에도 말이다. 마치 폭격을 당하는 기분이다.


"누군가에게 삶의 의미를 안겨준다는 건 믿기 어려울만큼 굉장한 일이야." 레이건이 말한다.




<베이비 팜> 137p




"엄마는 거리 미술이야말로 진정한 미술이라고 했어. 불쾌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니까. 인생처럼 말이야." 레이건이 덤덤한 목소리로 말한다.





<베이비 팜> 187p





제인의 시선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다. 일을 하다가 쓰러져서 실려 온 사촌 아테를 만나기 위해 작은 아가 아말리아를 데리고 병원으로 서둘러 들어오면서 시작한다. 아테를 대신하기 위해 유모일을 하다가 일을 그르쳐서 다시 '합숙소'로 돌아온 그녀에게 아테가 권한 곳이 '골든 오크스 농장'이다. 대리모들을 위한 최고급 리조트이며, 임신의 모든 순간을 의뢰인의 '아기'들을 위해 완벽하게 관리하는 곳이다. 물론 대리모들이 이 곳에 오는 것은 완전한 '취직'으로 인정받아 월급을 받으며 출산까지 무사히 끝내면 의뢰인에 따라 거액의 보너스를 받는다. 이 소설은 이 '골든 오크스 농장'을 운영하는 성공한 여자 메이와 그녀가 이 '농장'을 완벽한 사업체로 키워가는 시선들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 곳에서 '돌봄'과 '규제'를 받는 대리모들의 시선을 함께 보여준다. 레이건과 제인 그리고 리사, 세 여인은 너무나 다른 성격과 생각들로 그녀들을 보여주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녀들만이 이 곳의 많은 모습에 의문을 제기하고 균열을 만들어내려 한다. 뜻밖의 반전과, 마지막까지도 생각지 못하게 흘러갔던 이야기들이 긴 호흡에도 불구하고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언젠가 '대리모'에 대한 모습을 본 것은 티비에서 범죄 재구성 드라마에서였다. 범죄 행위에 준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아무리 같은 여자여도 그녀들의 삶과 선택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지금도) 자신의 삶이 무너질 것을 각오하는 여성들, 그럼에도 그것이 어느새 사업처럼 자신의 새로운 일처럼 계속 하는 모습들은 받아들이기 싫은 모습이었다. 이 책에서의 그녀들 (대리모)은 어쩔 수 없는 선택에 의해서, 하지만 분명 자발적으로 '면접'까지 보고 이 농장에 들어왔다. 자신의 몸이 자신보다 더 가치있는 생명이 거쳐가는 것으로밖에, 상품의 가치를 지니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누가 거대한 부를 가진 의뢰인의 아이를 품었는지 궁금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은 이 모습에서였다. 계급의 차이로 인한 것에서 시작된 수많은 이야기가 분명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대리모가 중심일지 모르지만 그것을 둘러싼 '계급' 이야기로 번져나갔다. 이런 세상에서 지낼 제인을 기다리는 모습을 오랫동안 잊을 수가 없다. "메이는 걸리적거리는 상자들을 밀어내 세면대 앞에 자리를 마련하면서 한숨을 쉰다. 사람들이 이러고 산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스카우터 자리를 두고 면접을 보았을 땐 에벌린이 이렇게까지 지저분해 보이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베이비 팜>549p) 그녀에겐 상상도 못했을 현실의 모습에서 지내는 새로운 계급을 인식하는 순간이다. 




너무나 씁쓸해서 뱉어내고 싶은 무언가를 삼킨 기분이 드는 것은 당연할거다. 행복을 찾았냐는 질문에 그녀들이 답을 할 수 있을까. 비정상적인 모습이 이 소설의 최선의 마무리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누가 누구를 탓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책이 그 무언지 모를 씁쓸한 기분을 많은 이들에게 새겨주면 좋겠다.  




*작가 : 조앤 라모스



필리핀에서 태어나 여섯살에 미국 위스콘신주로 이주했으며, 프린스턴 대학에서 문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수년간 투자금융 및 사모펀드 분야에서 일한 뒤 『이코노미스트』의 기자가 되었다. 2019년에 발표한 첫 소설 『베이비 팜』으로 언론과 독자의 큰 주목을 받았으며,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가 주관하는 이미지 어워드의 ‘뛰어난 문학작품-데뷔 작가’ 부문과 뉴욕 소설센터(Center for Fiction)에서 수여하는 ‘첫소설상’의 후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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