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시간 - 이진희 / 글로연
너무나 귀하고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한참을 쓰다듬어주었다.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도 했다.
잠시 내가 숨어 있을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너무나 대단한 이들의 글과 모습들을 보면 그렇게나 주눅이 들어갔다.
내 모습이 초라해보이고, 숨고 싶고 끝도 없을 것 같은 내가 선택한 이 길도
막연해서 더 떠나고 싶었던 날이 많았다.
그림 속 작은 사람은,
더 작고 작아져서 먼 길을 떠난다.
여행이라고 표현한 길에서
과거의 추억을 만나며 지나온 길 끝에는
다람쥐가, 언제나 그래왔듯이
다정하게 인사를 건넨다.
묻지도 않고, 더 반가워하지도 않고
그저 도토리 뚜껑을 열어 준다.
안에서 바깥 풍경을 보며 자신만의 빈 시간을 고요히 견뎌낸다.
홀로 있었던 시간이었지만,
혼자만이 느끼는 감정이 아니었겠지.
'함께'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그림책을 덮는다.
저 홀로 읽었다가 먹먹함에 덮고,
다시 또 쓰다듬길 여러 번 반복했다.
지난한 수많은 시간이 지나면
이것 또한, 이 감정들 또한 바람결에 들려오는 노랫소리 같겠지.
조금은 천천히, 스며들듯이 살아야겠다.
내 욕심이 나를 잡아먹게 놔두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