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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주 Nov 14. 2019

마음은, 그믐달이 지나고 다시 채워질것을.

늘 약속 장소에는, 몇 십분 일찍 도착하고

창문 밖 나무들도 보았다가, 창문 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걸음들을 보았다가.

커피 한 잔에 손을 녹이며 책을 펼친다. 

좋아하던 책이어서, 플래그가 가득하지만

그 플래그가 아깝지가 않아서 괜히 귀엽게까지 느껴진다.

즉흥적으로, 근처 작은 책방으로 자리를 함께한 동행인은

나의 마음을 알아주었고, 나를 예쁘게 여겨지게 해 주는 고마운 인연이 되었다.


언니라고 부르기 시작하였고, 수줍게 내 속내를 이야기하여도

그것이 어색하기는커녕, 같은 결임을 또 확인하는. 너무나 닮은 생각. 결을 가진 사람이다.

너무나 큰 외로움을 견디고 있을 때 문득 내 생활 속으로 들어온 이.

함께 찍은 사진들, 서로를 찍은 사진에서 여대생으로 돌아간 것처럼 표정이 말해주는 순간들.

시간이 언제나 부족한 우리들이라, 결국엔 언젠가 북 스테이를 가게 될 인연이 될 것이 당연하고

웃으며 헤어지고 웃으며 다음을 기약하고 서로의 시간을 응원한다.

저 빨간 낙엽을 다이어리 사이에 끼워오지 않은 걸 아쉬워하며,

잡 앞 은행나무를 올려다보며 노란 꽃이 핀 것 같은 나무를 하늘과 함께 담는다.

동행했던 이와 함께 갔던 책방 <라비브 북스>에서 안아온 책들.

책방에 가면, 

문득 내 눈에 띄어서 계속 만지게 되는 책들은 나와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라 여겨져서

그냥 오질 못한다.

오늘은, 그림책과 시집. 그리고 조금 낯설지만 계속 이끌렸던 빨간 책 한 권을 담아왔다.

큐레이션이, 너무나 요란하지도 않고 잔잔하면서 눈길이 가는 책들도 있어서 좋았던 곳.

그 공간이 조용했지만 답답함이 아닌 '배려함'으로 느껴져서 좋았던 곳.

책을 보는 나의 모습을 누군가가 찍어주는 일이 흔치 않다.

내가 느끼는 나의 옆 모습은, 키가 작고 동그란 안경을 끼고 웬만해선 사라지지 않는 볼살 때문에 안 예쁘다 느껴지곤 하여서 잘 남겨두지 않는데, 찍어주는 이의 날 보고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서인지 웃음이 나게 하고 이번에는 남겨둔다.


오늘 나의 마음은 둥근 보름달처럼 가득 채워지기도 하였다가

출렁거릴 듯 말듯한 달처럼 아슬아슬하기도 하였다가

스산한 초승달처럼 사무치는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였다가

그믐달이 지나고 다시 채워지는 달이 되는 것처럼 

다시 채워질 마음들, 희망을 기다리는 달처럼 여겨졌다.


함께한 시간들과 볼이 발그레해지는 순간들.

모두가 찬란하게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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