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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주 Jul 15. 2020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안위

소예의 책건넴 8월 / 노석미산문집 {매우 초록}


어느 폭풍이 불던 날 밤 나는 잠을 잘도 잤다. 이래저래 피로가 많이 쌓여 있었던 모양이다. 

간밤의 소요는 사라지고 평온함이 이른 아침의 창문 앞에 찾아왔다. 

무엇들이 그 어지러운 밤새 살아남았을까? 

내가 안전한 네모 박스 안에서, 안락한 이부자리에서 

입을 벌리고 침을 흘리며 색색 소리를 내며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때, 

그 폭풍 속에 잔혹하게 짓밟힌 것들이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온 힘을 다해 싸우다가 어쩌면 가장 귀중한 것을 내어주었을지도 모른다. 

간밤에 사라졌을지도 모르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살아있다는 것은 나의 숨소리를 느끼며 약간의 불안감을 느끼는 것.




나는 이제야, 강가에 서서 아까 흐른 물이 이곳에 없다는 것을 관찰하고, 

이것을 자각하고 있는 이 찰나 역시 계속 다른 찰나로 교체된다는 것을 배운다. 

곧 과거가 될 지금 또한 나의 과거의 소망이었던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비와 눈과 바람을 막아 줄 지붕과 벽이 있고, 소박한 작은 네모난 창이 있는 집안에서 창밖을 바라본다. 

작은 새 한 마리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간다.

창밖엔 언제나 생경한, 내 것일 수 없는, 그래서 항상 신비로운 자연이 있다. 


초록이 있고. 

그것들은 숨을 쉬고 있다.



노석미 산문집 <매우 초록> 60, 61페이지





8월의 {소예의 책 건넴} 선정 도서인 <매우 초록>의 일부분입니다.


난다와 교보문고가 함께하는 숲 살리기 프로젝트로 새로 탄생한 {책다시숲 리커버 에디션}으로 전해집니다.



2020.07.18 여는 날

2020.07.20 닫는 날


* 2020.08.01 책이 움직이는 날 - 소소하게, 엽서도 함께 전해집니다.



{안위} - 편안함과 위태함을 아울러 이르는 말. 그리고 몸을 편안하게 하고 마음을 위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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