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되지 않는 것들
나의 반려인, 호떡의 분노 임계치는 가히 놀랄 수준이다. 보통 사람들, 그러니까 내가 만나온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10 정도 돼야 화를 낸다면 호떡은 3 정도에 이미 팟-하고 분노의 불길이 인다. 거의 활화산급으로 크게 인다. 어라? 아직 3 정도밖에 안 되지 않았어?라고 생각할 틈도 없다. 그냥 무조건 크게 불길이 인다. 그 화마에 나는 쉬이 잡아먹히고 만다.
더 불행한 것은 호떡은 분노를 잘 컨트롤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기사 남은 10까지나 참는 분노가 3 정도에 크게 터져버리는데 애초에 컨트롤이 잘 됐다면 그렇게 빨리 분노할 리도 없다. 화가 난 상태의 호떡은 그래서 빨리 가라앉혀줘야 하는데, 여기서 또 하나의 불행은 내가 그 화를 부채질하는 데만 능하다는 것이다.
보통의 호떡은 ‘미안해’ 한 마디면 대부분의 분노를 눌러 앉힐 수 있다. 그런데 나는 그게 안 된다. 납득이 되기 전인데 미안하다는 말을 못 하겠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못하겠다. (진짜 칼이 들어오면 하긴 하겠지)
그래서 우리의 싸움은 치열하다. 3 정도에 폭발해 버리는 화와 그 화를 10까지 꼭 키우고야 마는 집요함. 그 처절한 역逆시너지.
만 6년을 꼭 채운 연애 후에 결혼하고서 세 번째 결혼기념일을 코앞에 두었으니 거의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서로 밀착한 상태에서 보내온 셈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으면 이제 좀 덜 싸울 법도 한데 어쩌면 이렇게 아직도 매 싸움이 전투 같은지 의문이다.
단순하게 생각해 져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되는데 우리 사이에 져주는 사람 같은 건 없다. ‘꼴랑 한 살 많다고 나이부심 같은 거 부릴 거면 네가 좀 져주지?’라는 호떡과 ‘한 살 어린 게 져주면 좀 좋아?’라는 나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애석하지만 결국은 둘이 똑같은 인간들이라 그런 것이다. 이제 와서 뭘 어쩌겠나, 이혼할 거 아니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또 싸우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