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 업(dress - up) 패션
미니멀리스트는
'취향'이 분명한 사람들이다.
미니멀리스트에 대한 몇가지 오해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는 미니멀리스트라면 무소유를 지향하는 법정스님처럼 자신의 취향을 보여주는 것조차도 해탈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에게 그런 사람은 미니멀리스트가 아니라 불교의 언어로 '열반(涅槃)에 이른 사람'과도 같이 대단히 초현실적인 사람이다. 내가 생각하는 미니멀리스트는 오히려 자신의 취향을 확고히 해나가는 사람이다. 미니멀리스트는 끊임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구분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에 대해 명확히 알아 나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미니멀리스트로서 포기할 수 없는 취향
: dress up 패션
내가 미니멀리스트로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은 '패션에 대한 취향'이다. 몇 살이었는지 기억조차 안 나는, 그렇게 아주 어릴 때부터 나는 옷을 좋아했다. 아직도 설레는 기억 중 하나는 초등학생 때 나는 겨울이 오는 것을 너무나도 좋아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단순히 겨울 옷이 더 예쁘고 멋져 보여서였다! (겨울 옷이 더 비싸다는 것을 어린 애도 알았나 보다.) 옷에 대한 나의 사랑은 대학생 때 더 활개를 쳤다. 집 근처가 쇼핑몰 상권이라 시도 때도 없이 옷을 구경할 기회가 많았고, 의도된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나는 쇼핑의 천국 뉴욕으로 어학연수를 갔다. (아마 의도됐다.)
그렇게 나는 옷을 사랑해왔고, 미니멀라이프를 하면서도 많은 옷들을 비웠지만 패션에 대한 내 취향만큼은 비우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력해졌다. 나는 특별한 약속이 없어도 내 몸에 조금 불편할 수도 있는 dress up된 패션을 즐겨 입는다. 예를 들어 셔츠, 블라우스, 로퍼 등이 있다. 예전에 나도 나 스스로에게 '집 앞에 나가는데 왜 굳이 차려 입고 나가려고 할까?'라는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미니멀라이프를 통해 끊임없이 나의 취향에 대해 물음을 제기한 이후, 이제는 그 답을 알게 되었다. 나는 dress up된 옷이 주는 '긴장감'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dress up된 옷은 지금 내가 휴가를 보내는 게 아니라는 신호를 준다. 그 옷은 나에게 어떤 것이라도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하고, 사람들을 놀래킬만한 멋진 일을 해내야 한다는 긴장감을 준다. 나는 나를 일하게 하고, 나의 창의력을 샘솟게 하는 그런 옷들이 좋다. (물론 편안한 옷에서 창의력을 끌어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캐주얼한 미팅에서도 굳이 포멀하게 입고 가는 것을 즐기며, 비 오는 여름 날에도 쪼리보다는 멋진 블랙 부츠를 신는 것을 즐긴다. 내가 포기할 수 없는 패션에 대한 취향은 분명 'dress up'이다.
옷은 아주 작지만,
가장 내밀하고 독립적인 공간(Space)
그리고 나는 보다 근본적으로 내가 왜 ‘옷’을 사랑하는지 나 자신에게 물어본 적도 있었다. '옷이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뻔한 말 대신, 나는 이런 답을 찾게 되었다. '옷은 집보다 싸게 먹히는 나만의 공간'이라는 답이다. 옷은 딱 내 몸 치수에 맞게 만들어져 나에게 아주 작은 공간만을 선사하지만, 그 작은 공간만큼은 누구도 침범할 수 없다. 이런 독립적인 공간을 나는 부동산에 비하면 아주 아주 싼 값에 쟁취할 수 있었고, 심지어 내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로 매일매일 바꿔 가질 수도 있었다. 요즘 명품패션에 대한 MZ세대의 사랑이 엄청나다던데, 사실 그들도 나처럼 생애소득을 훌쩍 초월한 값비싼 부동산보다는 차라리 '옷'이라는 작은 공간을 럭셔리하게 바꾸는 것을 택했던 것은 아닐까.
어쨌든 나는 오늘도 dress up된 옷을 입었다. 이 옷이 나에게 좀 더 나은 창의력과 일에 대한 의지를 불태워주기를 바라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