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홉수 Jul 08. 2019

이별 후 느끼는 '쓸모없음'에 대하여

은지원 '쓰레기 (WORTHLESS)' 가사…비아이 작사·작곡 참여

은지원 '쓰레기 (WORTHLESS)'


그런 차가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지 말아요

그런 무심한 말투로 내 이름 부르지 말아요


한때는 나도 당신에게 전부였잖아요

흐릿한 함께한 기억 꽤나 많이 소중했잖아요

처음 만난 골목길 달콤한 속삭임

하나였던 우리 둘로 찢어지고 나는 구겨지고 

마음 한구석 쓰레기통 어딘가 자리 잡죠


그런 차가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지 말아요


이젠 나는 버려지나요 잊혀지나요

쓸모없는 쓰레기처럼

우리 사랑 뜨거웠는데 불씨는 꺼지고 

재가 되어 쓰레기처럼


재가 되어 쓰레기처럼


그댄 마음속 공간에 이젠 내 자리는 없나요

세상 수많은 인연 속 우린 다르다 했잖아요


없으면 안 되는 나였는데 내가 

이제는 가끔 없었으면 하는 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대 몰래 하겠지만 나는 느껴져요 부디 제발

버리지 마요 처음에 그 순수함을 바라면 내 욕심인가요

철없던 시절 내게 사랑한다 말했던 당신은 

이제 커버린 어른인가요 왜 날 저버리나요 


세상 수많은 인연 속 우린 다르다 했잖아요


이젠 나는 버려지나요 잊혀지나요 

쓸모없는 쓰레기처럼 

우리 사랑 뜨거웠는데 불씨는 꺼지고 

재가 되어 쓰레기처럼 


나의 전부를 주고 당신의 일부가 됐으니

끝까지 미련한 사랑을 하고 있구나

딱 한 번만이라도 다 거짓말이어도 좋으니 

날 보고 웃어주는 당신이 보고 싶구나


어차피 떠날 거라면 부디 머뭇거리지 마요


이젠 나는 버려지나요 잊혀지나요 

쓸모없는 쓰레기처럼

우리 사랑 뜨거웠는데 불씨는 꺼지고 

재가 되어 쓰레기처럼 




 은지원이 10년 만에 발표한 솔로 정규앨범 'G1'의 수록곡 '쓰레기 (WORTHLESS)'다. 요즘에는 아이돌 그룹이나 가수보다는 예능인으로 친숙하지만, 알고 보면 은지원은 래퍼로서 꾸준히 앨범을 발표해왔다. 이번 앨범 타이틀곡은 '불나방 (I'M ON FIRE) (Feat. Blue.D)'이지만, 수록곡 중 '쓰레기'는 가사를 곱씹어볼 만한 맛이 있다.


 이 노래는 공개되기 전부터 사연이 많았다. 같은 소속사 후배 가수인 아이콘 비아이가 작사·작곡에 참여한 곡으로 뒤늦게 알려진 탓이다. 


 비아이는 최근 불거진 의혹 때문에 아이콘을 탈퇴했고, 소속사에서는 이를 의식한 것인지 '쓰레기' 작사·작곡자 명단에서 그의 이름을 뺐다. 팬들은 비아이가 인터넷 개인 방송에서 이 노래 일부를 공개한 것을 두고 원작자 이름을 제외한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결국 소속사는 비아이가 '쓰레기'의 작사·작곡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비아이는 지난해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던 '사랑을 했다'의 곡을 만들고, 가사를 썼다. 일정한 박자, 단순한 멜로디에 '사랑을 한다'의 과거형인 '사랑을 했다'라는 가사의 이 곡은 유치원생들도 따라 부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 덕분에 아이콘은 데뷔 후 가장 많은 대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비아이는 '쓰레기'에서 이별 후 느끼는 '쓸모없음'을 다룬다. '그런 차가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지 말아요 / 그런 무심한 말투로 내 이름 부르지 말아요'는 사랑을 받던 존재가 버려진 입장을 표현했다. '하나였던 우리 둘로 찢어지고 나는 구겨지고 / 마음 한구석 쓰레기통 어딘가 자리 잡죠'는 곡의 제목이 왜 '쓰레기'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아이돌 가수의 노래는 마냥 밝거나 쉽게 따라 부르는 가사라는 인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비아이는 아낌없이 사랑하고 상처 받는, 20대 초중반에 한 번쯤은 느껴봤을 법한 사랑의 상처를 받은 존재를 '쓰레기'라고 말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버려지는 입장에서 전달하는 가사는 왠지 모르게 비아이의 지금 상황과도 닮은 듯하다.


 '나의 전부를 주고 당신의 일부가 됐으니 / 끝까지 미련한 사랑을 하고 있구나'에서도 나름의 고민과 깊이를 느낄 수 있다. 누구나 사랑을 할 때는 자신의 모든 것을 상대방에게 줄 정도로 몰입한다. 사랑의 불꽃이 튀는 나이 때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별에 대해 '상대의 입장도 들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미 혈기 넘치는 20대의 사랑은 아니다. 그저 상대를 탓하고, 상처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 그때의 사랑인 듯하다.


 아이돌 가수의 노래라고 가볍게만 볼 일은 아니다. 가수의 개인적인 의혹과 상황을 노래와 완전히 떼어놓기는 힘들지라도 최소한 한 번쯤은 노래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를 하는 것도 필요하진 않을까. '원조 아이돌'이자 40대가 된 은지원이 부르는, '탈퇴한 아이돌' 비아이가 전하는 상처 받은 20대 이별은 듣는 이에 따라 공감과 추억을 부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삶의 부조리는 어디에든 있다…반지하에도 잔디밭에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