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홉수 Oct 17. 2019

도널드 트럼프vs빌 게이츠

미국의 비슷하지만 다른 '성공의 얼굴'

 거구의 금발 남성이 방송 카메라를 향해 두 손가락으로 브이(V) 자를 그린다. 반면 별장으로 휴가를 떠난 남성은 쓰고 있던 안경의 테를 입으로 물며 책을 읽는다. 두 사람은 현재 미국을 대표하고 있는 인물인 도널드 트럼프와 빌 게이츠다. 부동산 거물이자 미국의 대통령이 된 도널드 트럼프, 20대 때부터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빌 게이츠는 서로 닮은 듯 다른 인생의 길을 걷고 있다.


 두 인물을 흥미롭게 볼 수 있었던 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트럼프: 미국인의 꿈', '인사이드 빌 게이츠' 덕분이다. 이 작품들은 '아메리칸드림'을 일군 두 인물의 삶을 크게 두 축으로 따라갔다. '트럼프: 미국인의 꿈'에서는 트럼프가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고 대통령이 되는 길을 조명하면서 일련의 결혼, 연애 스캔들을 다뤘다. '인사이드 빌 게이츠'는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웨어를 설립하는 과정과 더불어 은퇴 후 전 세계적인 질병,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해 싸우는 여정을 담았다.


 이들을 성공으로 이끈 건 어릴 때부터 눈에 띈 호전적인 성향이었다. 트럼프는 다른 형제들보다 뛰어난 언변과 실행력을 자랑했다. 빌 게이츠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상을 끈질기게 파고들었다. 이러한 특징은 남들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 바탕이 됐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트럼프는 온전히 세상을 '대결 구도'로 받아들였고, 빌 게이츠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투쟁'으로 봤다.


 트럼프는 1970년대 뉴욕시가 파산 위기에 몰리는 상황에서 기회를 잡았다. 당시 뉴욕 시장은 물론 범죄 조직을 대변하는 유명 변호사와도 친분을 쌓았다. 플라자 호텔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40년간 세금 면제를 받기 위해서였다. 호텔 리모델링을 통한 '뉴욕시의 부흥'이 명목이었다. 이후 68층짜리 초고층 건물인 트럼프 타워를 짓는 데 이어 카지노를 개장해 연달아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적으로 치부되는 인물들은 냉혹하게 쳐냈다. 그 과정에서 거짓말도 서슴지 않았다. 그를 취재했던 기자와 작가는 트럼프를 "소시오패스" "거짓말을 하는 사기꾼"으로 묘사했다. 세상을 '아군과 적군'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누고, 가치 판단보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한 트럼프의 성공 공식을 설명한다.


 


 빌 게이츠는 중학생 때부터 또래보다 월등히 뛰어난 지적 수준으로 프로그래밍에 몰두했다. 통합된 학교의 복잡한 시간표 프로그램부터 발전소 프로그램 설계 등 이미 그 나이 때에서는 이뤄낼 수 없는 일들을 해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는 빌 게이츠의 능력이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MS-DOS, 윈도우가 연이어 성공하면서 빌 게이츠는 단번에 세계 최고의 갑부가 됐다. 빌 게이츠는 회의 시간에 자주 임원, 직원들과 언쟁을 벌였는데, "내가 살면서 들은 가장 멍청한 아이디어야" "너희들은 이걸 쥐뿔도 이해한 적이 없다고" 등의 말을 쏟아냈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독점 소송에도 휘말리면서 빌 게이츠는 '탐욕스럽고 건방진 갑부'로 비쳤다.


 두 사람은 '아메리칸드림'을 대표한다.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는 듯한 자세는 이들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그 외의 모습들은 완전히 다르다. 유년 시절 부모님과의 관계, 현재의 일들이 그것들이다.


 '트럼프: 미국인의 꿈'에서는 트럼프의 '극단적인 이분법'은 그의 아버지의 영향이 때문이라고 봤다. 아버지인 프레드 트럼프는 자식들에게 차가울 정도로 엄격했다. 트럼프의 형이자 첫째 아들은 아버지와 내내 마찰을 빚었고, 결국 술에 중독돼 세상을 떠났다. 트럼프 또한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했다. 트럼프의 언제나 자신감 넘치는 행동에도 작가들이 그를 "자존감이 떨어져 보였다"라고 분석한 이유다. 자신을 미디어에 노출하고 '트럼프'라는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홍보한 것도, 그의 성격 때문이라는 평가다.


 트럼프는 무리한 부동산 매입으로 재정적 위기를 맞기도 했다. 재정전문가나 경제 기자들이 트럼프의 위기를 다룰 때마다 트럼프는 '가짜 뉴스'라며 맞불을 놓았다. 사실 관계를 따지거나 설명을 하기보다는 비판을 하는 상대를 '적'으로 돌려세우면서 그들과 자신의 편 사이에 선을 그었다. 트럼프가 대다수의 예상을 깨고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정치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선긋기'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쓸 줄 알았기 때문이다. 다른 국가들을 반대편으로 돌려세우고 정치하는 방법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빌 게이츠는 극단적으로 평가가 갈렸다. 소프트웨어 업계의 선구자이자, 탐욕스러운 자본가. 대중에게 두 얼굴이 각인된 건 그의 타고난 성격도 무시할 수 없었다. 빌 게이츠는 어릴 때부터 누구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가졌으나 사회성은 뒤쳐졌다. 부모님은 사교계에서 유명한 인물들이었는데, 아들은 그렇지 못했다. 빌 게이츠는 가족들이 함께 식사를 할 때도 홀로 방 안에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빌 게이츠는 어느 날 저녁 식사를 하다가 어머니에게 대들었다. 화가 난 아버지는 이례적으로 컵에 있는 찬물을 그에게 뿌렸다. 빌 게이츠는 개의치 않고 아버지에게 "샤워를 시켜줘서 고맙네요"라고 말했다.


 빌 게이츠가 수많은 관객들 앞에 서는 강연을 하거나 회의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인 매리 맥스웰 게이츠의 노력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금융기업과 비영리 단체의 이사였다. 빌 게이츠의 사회성을 높여주기 위해 일부러 자선단체 행사에 그를 데리고 가서 입구에서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는 역할을 맡기기도 했다. 특히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빌 게이츠는 지난 2000년 아내인 멜린다 프렌치와 빌앤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했다. 소아마비 퇴치,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 등 전 지구적인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자금을 투자하고, 연구하고 있다. 그저 골방에만 처박혀있을 뻔한 천재가 정부가 미처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하는 사회사업가가 된 것이다.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지닌 잠재력과 부모님, 개인·사회적 환경들은 자신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와 빌 게이츠 또한 그랬고, 현재도 마찬가지다. 도널드 트럼프는 끊임없이 다른 국가와의 투쟁으로 미국 내 경제,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 국제적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자회사인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미국 경제가 현 수준의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면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재선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빌 게이츠는 최근에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세계적인 이슈에 관심을 두고 있으나 여전히 그를 탐욕적인 기업인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별 후 느끼는 '쓸모없음'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