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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홉수 Apr 17. 2020

한 달의 변화, 달리는 습관이 생겼다

제임스 클리어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제임스 클리어가 쓴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 관한 글을 3월 초에 다뤘다. 책의 전반 부분이었는데, 나머지 내용들을 전하려다가 한 달이 훌쩍 지났다. 그 사이 작은 습관을 들이는 실험을 할 수 있었다. 내가 도전한 아주 작은 습관은 달리기였다.


 책을 읽은 후 평소에 생각만 하던 달리기를 꾸준히 1시간씩 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우선 러닝화를 구입했다. 달리기를 할 때마다 무릎에 무리가 가는 게 느껴지며 거부감이 들어서였다. 습관을 시작하기 위해 방해물을 없애고 싶었고, 새 러닝화를 구입해 새로운 시작점을 만들었다.




 제임스 클리어는 습관을 위해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생활의 흐름 속에 습관을 끼워 넣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누구나 운동을 다시 시작할 때면 무리하는 경향이 있다. 의욕만 앞서는 경우다. 결국 운동을 하는 과정에 방해 요소가 된다. 부담은 최대한 적게 하면서 운동을 '시작'하는 단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예를 들어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는 습관을 들이고 싶다면 먼저 헬스장에 가는 것에 의미를 둬야 한다. 단 5분 만이라도 헬스장에 간다면 그날은 그 자체로 성공한 것이다. 


 인간의 본성은 미래보다 현재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오늘 한 많은 선택들은 우리에게 즉시적인 이득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일을 잘해도 급여는 몇 주 후에 들어오는 것처럼 말이다. 이를 '지연된 보상 환경'이라고 한다. 반면 인간이 채집하고 사냥하던 때에는 당장 앞에 보상이 있어야만 했다. '즉시적 보상 환경'이었던 셈이다. 지연된 보상 환경으로 인간 사회가 변화한 시기는 최근 500년 정도다. 인간의 몸은 아직 즉시적 보상 환경에 익숙한 데 배경은 지연된 보상 환경이 됐다. 결국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적절한 보상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모든 습관이 자신에게 맞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타고난 성격, 기질에 따라 같은 시간을 들여도 사람마다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보상과도 연결된다. 작가는 수영선수 펠프스와 육상선수 히샴 엘 게루주를 예로 든다. 엘 게루주의 신장은 175.3cm였고, 펠프스는 193.1cm였다. 키가 약 20cm 차이가 나는데도 두 사람은 한 가지 부분이 같았다. 솔기 길이가 같은 바지를 입은 것이다. 펠프스는 키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리가 짧고 몸통이 무척 길어 수영에 최적환 체형이었다. 엘 게루주는 비정상적으로 긴 다리에 상체가 짧았는데, 장거리 달리기에 이상적인 몸매였다.


 습관은 숙련의 토대를 이룬다. 습관과 의도된 연습이 더해지면 숙련이 된다. 하나의 습관을 통해 어떠한 행동이 자동으로 이뤄지면 이후 한 단계 더 발전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습관을 들인다. 이러한 선순환이 되면 한 분야에 숙련자가 되기 쉽다. 하지만 하나의 습관에 매몰되는 건 피해야 한다. 습관은 익숙한 것이기 때문에 자칫 발전할 여지를 줄이는 동기가 된다. 

 



 달리기를 다시 시작한 첫날에 괜스레 힘이 솟아났다. 어떠한 방해물이 있어도 꾸준히 달리기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첫날에는 30분만 달리기를 했다. 오랜만에 뛰어서 그런지 호흡이 가빠지는 게 느껴질 때쯤 서서 걷기 시작했다. '운동을 대충 한다'는 죄책감은 갖지 않기로 했다. 오늘 목표했던 '달리기'를 완수했다고 생각했다. 달리기 하는 시간은 저녁 식사 전으로 정했다. 업무를 마치고 저녁식사를 하는 과정 사이에 달리기라는 습관을 채워 넣었다. 


 예전에는 달리기를 할 때면 음악을 들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달리면 기분이 한결 편해지지만 생산적이라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았다. 막연히 '건강을 위해서' 달리기를 했다. 이제는 달리면서 경제, 경영 관련 유튜브 영상을 틀어놓는다. 쉴 때마다 습관처럼 보는 영상들이다. 쉬면서 하는 행동을 '해야만 하는' 달리기와 맞붙였다. 며칠 동안 해보니 효과가 있었다. 점차 달리기를 편안한 휴식처럼 받아들이게 됐다.


 수많은 운동 중에 달리기를 선택한 건 평소에도 유산소 운동을 좋아해서였다. 주말마다 축구클럽에서 운동을 하지만, 평일에는 딱히 운동을 할 만한 것이 없었다. 군 복무 시절 잠시 열심히 했던 헬스도 생각했지만 크게 흥미가 없었다. 가만히 앉아 무거운 쇳덩이를 드는 것도 적성에 맞지 않았다. 


 달리기를 다시 시작한 이유는 단지 건강을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퇴근 후 시간이 날 때면 어김없이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져왔다. 그 다음날 숙취로 고생했고, 하루를 망치는 일이 허다했다. 술값도 만만치 않았다. 달리기는 러닝화, 운동복 외에는 특별히 들어갈 비용이 없다. 그리고 내가 멈추면 멈추는 데로, 더 달리고 싶으면 더 달리면 된다. 달리기라는 작은 습관을 시작하니 하루의 마무리가 잘 정돈되어 끝난다. 다음 날 숙취가 없을 뿐만 아니라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한 달 동안 달리기를 했을 뿐인데 긍정적인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 달리지 못할 때도 있지만, 예전처럼 달리기가 귀찮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예전 같았으면 며칠 정도 하다가 포기하고 다른 일로 관심사가 옮겨갔을 듯하다. 당분간 달리는 습관을 들인 후 달리기를 하며 그동안 미뤄뒀던 영어 공부를 해볼 참이다. 습관을 들이는 작은 성공을 경험하니 그동안 해야 했던 일들을 할 용기가 조금씩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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