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195km까지 D-52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다.

by 이나

회사 일로 글 작성을 미루다보니 벌써 Dday 앞자리가 5자로 바뀌었고,

달력도 한장을 넘겨 9월을 맞이했다.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가을 느낌이 물씬 난다.


브런치 업데이트는 조금 밀렸지만, 그래도 달리기는 게을리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 결과 8월 한 달 마일리지를 133.7km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 말인즉슨, 오늘 일기를 몰아쓰듯이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는 뜻.



8월 28일 목요일

저녁 달리기는 잘 하지 않지만, 이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퇴근 후에도 시간이 나면 달려야 한다.

저녁이어도 날씨는 여전히 덥고 습하다.

오늘은 금호나들목에서 왼쪽, 청계천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골랐다.

시작지점인 금호나들목에서 3가지 코스 갈림길이 펼쳐지는데, 각각의 코스가 주는 풍경과 재미가 달라서 어떤 코스를 고를 지 선택하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이 3가지 코스도 그 안에 또 갈림길 옵션이 있기 때문에 그날의 날씨나 컨디션, 목적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다.

달리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이제 제법 어둑어둑하다. 밝은 새벽과 저녁도 점점 물러나는구나.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관점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



8월 31일 일요일

아침 날씨가 매우 맑다. 오늘은 새로운 길을 찾아 달려보기로 했다.

지도 상 이 길로 가면 중랑천으로 이어진다.

먼저 청계천 세월교를 건너기 위해 오른쪽으로 꺾어주고, 장안교를 지난다.

건너편에 송정제방길이라는 표시가 보인다. 봄에는 벚꽃이, 가을엔 단풍이 멋진 길이라고 하니

다가오는 가을에는 그 쪽으로 한 번 달려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난 번에는 군자교를 앞두고 반환했지만, 이번에는 더 앞으로 나아가본다.

쭉쭉 앞으로 나아가니 장안벚꽃로라고 한다. 여기서부터는 정말 새로운 코스다.

중랑천 체육공원까지 도착하니 대략 7km. 오늘은 여기서 반환을 하기로 한다.

자전거 도로와 보행로가 확실히 나뉘어져 있어서 달리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LSD때 이 쪽으로 오는 것도 생각해봐야겠다. 다만 중간에 길이 좀 외지다는 느낌이 드는 곳이 있어서 혼자 오기보다는 일행이 있을 때 오는 게 좋겠다.


9월 2일 화요일

오늘도 퇴근런이다. 퇴근하자마자 서둘러서 나오는데도 이제 7시만 되어도 어둑어둑해진다.

뜨거운 햇볕과 들끓는 습도가 사라지는 것은 반갑지만, 밖이 빨리 어두워지는 것은 아쉽다.

겨울 아침, 아직도 밖은 까만데 달리러 나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너무나도 잘 알기에.



9월 4일 목요일

이번 주는 사무실 출근을 계속하게 되어 아침 달리기가 어려운 관계로, 이 날 역시 퇴근런을 진행했다.


요즘 들어 부쩍 달리는 사람들, 특히나 달리는 여성들이 많아졌음을 확연히 느낀다.

더 많은 여자들이 달리러 나왔으면 좋겠다. 마라톤 대회 당일 남자 화장실만 줄이 길게 늘어서 있고, 여자 화장실이 한가한 진풍경을 못 본다는 것, 그래서 화장실 사용의 여유로움을 누리지 못 하는 건 조금 아쉬울 수 있겠지만. 아, 이건 진짜 마라톤 대회아니면 못 하는 경험이다.



9월 6일 토요일

오전에 업무 차 여의도에 가야해서 아침에 가볍게 5km만 달리기로 했다.

새벽에 비가 좀 많이 오는 듯 했는데 다행히 아침 6시 30분에 비가 딱 그쳤고, 뛰기 딱 좋은 날씨였다.

일을 하러 나가야 하므로 달리기 마치고 동네 24시간 순댓국집에서 수육정식을 먹고 있으려니,

뭔자 찐러너가 된 느낌이다. 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굵은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진다. 완전 럭키!




9월 7일 일요일

오늘은 최장거리 LSD에 도전하는 날ㅡ 몇 주 전부터 달력에 표시를 해두었던 그 날이다.

원래대로라면 새벽부터 준비하고 나갔어야 했지만, 이번 주 업무여파가 너무 커서 도저히 아침 달리기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일단 자자ㅡ

그동안 주말마다 아침 달리기를 하느라 항상 일찍 일어나야 했는데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이제 오늘 28km를 과연 시도할 것인지, 한다면 언제 나갈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일기예보를 보니 오후 날씨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보인다.

챗지피티에게 질문을 해봤다.

다음 중 28km LSD에 더 적합한 날씨는?

1. 아침 6시: 25도, 그러나 습도가 90%

2. 오후 4시: 28도, 그러나 습도가 60%


챗지피티 답변

• 아침 (25도, 습도 90%) > 체감이 답답하고 땀이 증발이 잘 안 돼서 체온 조절이 어려움. 20km 넘어가면 탈진 위험 높음

• 오후 (28도, 습도 60%) > 온도는 조금 높지만 땀이 증발하면서 열 배출이 더 잘 돼서 오히려 달기리엔 안정적임.

즉, 체감 난이도는 아침보다 오후가 더 낮을 가능성이 높아. 28km 같은 장거리는더위보다는 "습도"가 훨씬 더 힘들게 만들거든.


오케이. 그럼 오후 3시 30분에 나가는 것으로 결정.

집에 있던 오빠가 따라나오겠다고 한다. 어랏 28km를 이렇게 즉흥적으로 도전한다고? 나는 이 주 전부터 마음 먹었던 건데, 아무렇지도 '한번 해보지 뭐' 라고 말하는 오빠가 대단하면서도 신기하다. 나야 동행이 있으면 좋으니까 고마우니까 말릴 생각은 없다.


금호나들목의 시작점의 모든 갈림길을 활용해 보기로 했다. 먼저 왼쪽으로 쭉 갔다가 돌아오면서 9km, 그리고 이번엔 뚝섬으로 빠져서 돌아오면서 9km+10km,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금호나들목에서 잠수교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것으로 9km + 10km + 9km 대략 이런 루트가 완성되었다.


사실 뚝섬 쪽에서는 좀 더 멀리 나가고 싶었지만, 그날 뚝섬수변공원에서 전날 우천으로 연기된 드론쇼가 열린다는 소식에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고, 결국 적당한 지점에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다시 금호나들목으로 돌아온 뒤, 남은 거리는 잠수교 방향으로 채웠다. 20km를 넘기면서 몸도 마음도 점점 지쳐가는 게 느껴졌다. 옥수나들목에 새로 생긴 한강버스 정류장 옆 편의점에서 이온음료 하나를 사서 오빠와 나눠 마시고 다시 출발했다. 분명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 달리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달이 보이기 시작한다. 머릿속도 점점 어두워진다. 28km를 채우는 게 걱정이 아니라, 이 정도도 이렇게 힘든데 과연 풀마라톤은 나에게 가능한 일인지, 그 생각만 하면 다리뿐 아니라 머리까지 무거워진다.

달리면 달릴수록, 연습하면 할수록 걱정만 쌓여간다.


28km — 지금까지의 최장거리 훈련을 무사히 마치긴 했지만, 벌써부터 다음 훈련인 31km가 걱정이다.



그래도 오늘 28km를 달렸다는 사실이, 내일의 나를 조금은 덜 두렵게 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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