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시월

적어 내려가던 이야기는 어디에서 멈췄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요. 바빠서 다행이었는지, 어쩌다 그냥 그랬는지 한 해가 지나가고 있는 느낌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올해 여름은 대부분 실내에 있었더니 덥다고 느끼질 못했어요. 벌써 가을이고 저녁에는 춥습니다. 단풍이 짙어지면 드라이브라도 해야 할까요.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다가 몇 개월 사이 책도 읽지 못했음을 알았습니다.

그 많던 친구도 다 소용없고, 그렇게 보낸 시간들이 아깝다고 생각이 드는 시절이 와서 후련하다고 하는 게 맞겠죠. 진작에 알았어야 했는데 겪어보아야만 알 수 있는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정말 닮고 싶은 사람이 주변에 있거나, 무언가를 깨닫게 해주는 인연만 있어도 정말 괜찮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mina

시덥지 않은 일상은 그냥 그렇게 흘려보내고, 조금 더 잔잔하게 살아가도 괜찮을 것 같다고 느낍니다. 힘들면 안 해도 되고 뒤돌아 가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된다고 나에게 말해보기도 합니다. 정말 그렇게 할 수는 없어도 회복하는 과정 중 하나가 되었어요. 신경 쓸 일이 많아 예민해지기 일쑤지만 금방 털어버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된 것 같습니다.

어떤 마음을 갖고 끝까지 해나갈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조금 나아지기만 바라기엔 꿈이 너무 큽니다. 잔잔한 그 삶은 꿈 속에나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