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내어 우리사주를 사들였던 카카오뱅크 직원들이 최근 주가 폭락으로 큰 위기에 몰렸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소식을 접하고는 "누가 주식 사라고 칼들고 협박했냐?"라며 비웃었다.
며칠 뒤, 카카오 데이터센터에 불이 나면서 카카오 계열사의 서비스들이 한꺼번에 마비되었다. 한 카카오 직원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이에 관해 글을 남겼다. 그는 "니들 불편하다고 내가 책임감으로 일해야 하냐", "누가 카카오 쓰래? 애초에 오너 마인드가 글러먹은 서비스에 니들 일상을 올인한 게 문제"라고 썼다.
최근 카카오라는 한 기업에서 나온 두 가지 이슈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낸다. 그야말로 각자도생의 시대가 도래했고, 최소한의 공감대마저 사라지고 공동체 의식이 무너졌다는 생각이 든다.
카카오뱅크 직원이 빚을 내어 주식을 산 것이 자신의 선택이었다 할지라도 '물려서 어떡해. 많이 힘들겠다' 하고 공감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 그 공감마저 어렵다면 조용히 지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저 비웃었다. 데이터센터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온 국민이 서비스 먹통으로 난처해한다면 카카오 직원은 공공성이라는 책임감을 먼저 떠올려야 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누가 카카오 쓰래?'라며 사용자를 탓했다.
결국 남은 건 '누가 그러래?'라며 서로를 탓하는 공허한 외침뿐이다. 요즘 유행하는 '누칼협'이라는 낱말은 모든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타인의 고통과 불행을 외면하는 것을 넘어 조롱하는 이기심에서 파생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칼로 협박을 당할 정도가 되어야 겨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사회가 과연 정상적일까?
'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라는 비웃음이 꼭 남을 향하는 것만은 아니다. 이렇게 공동체 의식이 무너진 사회라면, 어느 날 자신이 힘든 상황에 처하더라도 타인의 공감과 배려를 바라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