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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커밍제인 Sep 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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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어느새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너무나도 청명한 하늘과 선선한 날씨가 마음마저 설레게 해 준다.



이럴 때 생각나는 시 한 편이 있다.


"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이다. 이 시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초등학생 때 한컴타자 연습할 때였다.

긴 글을 어설픈 독수리 타법으로 제법 여러 번 치다 보니 머릿속에 아른아른 오랫동안 남는지,

이제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감정으로  계절을 지내며 이 시를 느끼고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시인은 계절을 참 아름답고 감성적이게 지내고 보냇 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시간들도 결국엔 지나가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을 지내는 걸 보면,

계절을 잘 보내는 일이 매 순간 삶을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는 아닐까 생각했다.


낮시간 산책이 무덥지않아 부담스럽지 않고, 오랜만에 밝은 낮에 산뜻한 차림을 하고 한참을 걸었다.


가을 탄다고 하던가, 음악을 들으며 걷다 보니 마음이 일렁이며 눈물이 흘렀다.

슬픈 건 아닌데, 이 알 수 없는 감정에 눈물이 쉴 새 없이 나왔다.


오랜만이었다. 요즘 마음이 자꾸 꽉 막힌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한동안을 걸으면서 눈물을 흘려보내고 나니

한 결 편안해지고 산뜻해졌다.


모든 건 그런 것 같다. 가야 할 것은 가고, 흘려보낼 것은 흘려보내고,

그러니 너무 꽉 쥐고 있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것이 감정이든, 지금 이런 불안한 나의 마음이 던,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이든, 그저 살아가는 것,

충만히 느끼고 나니, 이런 것이 살아있는 거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종종 감정을 억누르게 된다. 누군가에게 나의 마음을 들킬까 봐, 나의 솔직한 감정을 굳이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노출해서 불편해지기가 싫었는지 무채색의 사람인 척 지내려니, 내겐 쉽지 않은 시간이었나 보다.


기쁠 땐, 마음껏 웃고 슬플 땐 울고, 화가 나는 일에는 마땅히 화가 날 수 있음을 받아들이고, 그런 모든 나의 감정들을 사랑해야지,


올 가을엔, 조금 센티해지더라도 불 쑥 불쑥 올라오는 나의 감정들을 온전히 느끼고 안아주며

가을을 만끽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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