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었다.
나는 아침마다 커튼을 열고, 창문을 열고 따사로운 햇살을 그대로 만끽하는 일을 좋아한다.
그 햇살을 맞이할 때면 세상의 사랑을 듬뿍 받는 느낌이랄까
종종 햇살 좋은 날, 한참을 걷다 보면 마음의 상처도 아무는 느낌이 든다.
햇살이 따사롭게 비추는 날, 방에 들여놓은 화분에게도 이 사랑을 듬뿍 나누고 싶어서
창가에 두었더니 따사로운 햇살사이로 벽에 또 다른 화분의 그림자가 비치었다.
그림자를 한참 보다 보니, 햇살에 비친 모습이 참 아름답다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빛이 있는 곳엔 어디든 그림자가 있다. 어두운 곳을 밝은 조명으로 비추면 그 형태에 따른 그림자가 생긴다. 빛과 그림자는 그러고 보면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구사이가 아닐까 생각했다.
어느 날은 사람들을 만나러 나가서 내가 유독 밝아지는 날이 있다.
더 말도 많이 하고, 어색하지 않도록 그 자리에 빛을 마구 쏘아댄다.
그러고는 돌아와서 그 소진된 에너지에 지쳐 잠이 들곤 한다. 그럴수록 나는 내 안에 있는 빛을 다 내어주고
마음이 더욱더 공허해지곤 했다. 외로움을 잊기 위해서 만난 사람들에게
나의 외로움을 들키지 않기 위해 나는 계속 내 안에 있는 양분을 꺼내고 파내어 내어주고 나니,
나 스스로 지니고 있어야 할 양분마저 소진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고 나니, 나는 그 누구와 만나도 온전히 스며들지 못하고 겉돌아왔구나, 생각했다.
돌아오는 길이 쓸쓸하고 내 아픔도 슬픔도 나누고 상대의 아픔도 따듯하게 보살펴야 우리는 이렇게 빛을 주고받고 우리가 가진 그림자도 따사로운 빛으로 감싸줄 수 있었는데,
그런 그림자를 들키기가 두려웠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사람에게 따사로운 햇살이 필요하듯이, 그림자는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고
그건 부끄럽거나 나약한 일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구나, 그리고 이런 모습도 나 자신의 일부분이니까
더 아끼고 사랑해 줘야겠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 자신을 내가 소중히 여기는 식물, 꽃, 내가 애정하는 것을 돌보는 일처럼 대하다 보면
나도 나 스스로와 잘 지낼 수 있고, 그리고 타인과 세상과도 어우러지며 단단히 바로 설 수 있지 않을까?
햇살과 따스한 사랑이 필요하듯이, 그림자가 없다면 우리는 누군가의 그림자를 따스히 감싸주는 것을
배우지 못할 것이고, 나 자신을 용서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할 테니까,
삶이 내게 주는 것들은 어쩌면, 내가 삶을 더 살아내고 사랑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빛은 물론이겠거니와, 그림자마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