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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커밍제인 Oct 0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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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서"









누군가를 엄청 미워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어릴 때 엄마를 미워했었습니다. 엄마는 이기적이었고, 제가 원하는 만큼의 사랑을 주지 않았고,

저에게 다정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엄마를 미워했지만, 어릴 땐 그걸 속으로 많이 삭이면서 자랐습니다.

근데 성인이 되고 나서 엄마와 함께 지내고 이야기하면서 느꼈어요, 내가 엄마를 많이 사랑해서

미워했구나, 그리고 미워하는 제 감정을 인정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많이 미워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요즘 들어서 많이 생각합니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과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무언가 많이 밉고 마음의 증오의 감정이 생긴다는 건,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걸 자꾸만 집착한다는 것이고

가장 중요한 내 마음은 돌보지 못한다는 거라는 걸 새롭게 알게 되었어요.


다섯 달 전쯤, 저는 사랑했던 사람과 이별하면서 크나 큰 마음의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로 인해서 공황장애가 와서 가만히 있어도 눈앞이 깜깜해지고 숨이 막혀와서 매일매일이 살얼음 판 같은 시간을 보냈었어요, 지금은 많이 좋아졌고, 지금은 그 시간을 돌이켜보며

내가 왜 이렇게 그 사람에게 화가 났고 난 왜 그 사람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었는지 되짚어보고 있습니다.



저는 그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었던 것 같아요, 좀 더 관심 있게 대해주길 바랐고 

노력해 주길 바랐습니다. 근데 그걸 말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어요, 자존심이 상했고, 사랑을 구걸한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여러 가지로 소통의 부재도 있었고 서로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한 것도 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엔 누군가 미운마음이 들면 그 사람에게 더 행복하라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급하게 용서해야 내 마음도 편할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저는 진심으로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없었어요. 이해가 되지 않았고, 상대는 저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하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시간을 지내오면서 시간에 아픔을 흘려보낸 시간도 있었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서 다시 한번 그 사람과 통화할 일이 있었어요, 저에겐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5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지금은 제 마음이 많이 괜찮아진 상태고 무엇보다 "용서"라는 걸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이제는 그 사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용서할 수도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때의 감정이 돌아오거나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사랑이 사라진 뒤 마음에 있는 상처를 보듬고 다시 다음을 살까 가기 위해서 이제는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용서" 란 누굴 위해서 하는 걸까요?

죄책감을 가질 일 없는 알지도 못하는 타인을 위해서? 아닙니다. 

용서는 제 마음에 짐처럼 있는 상대에 대한 미움과 원망, 그리고 저 스스로를 상처 입힌 저를 용서하기 위해서 하는 것 같습니다.


쉬운 시간은 아니었지만, 저는 누군가를 진짜 사랑해 보았고, 최선을 다해서 이해하려고 노력도 해봤고 

상처 입고 아팠지만, 아픈 시간을 극복하고 이제는 상대를 용서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다는 사실만 남았습니다.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준다는 말을 믿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살다 보니까, 날 스스로 살리려고 하다 보니까 

시간이 절 살렸고, 많은 걸 해결해 준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라도 용서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이제 다음 시간을 성큼성큼 걸어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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