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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커밍제인 Oct 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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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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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철학적인 소재로 생각하기를 즐겨합니다.

그리고 숱한 생각의 시간 끝에 내린 결론은 본질적으로 단단한 존재로 거듭나기, 가 중요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필연적으로 사람은 사회에서 정체성이나 프레임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때때로 그 프레임이 저의 존재를 침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건 저의 자아에게 굉장히 위협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왜냐하면, 존재성이 뚜렷하지 않으면 누군가 판단하는 프레임, 비판, 비난에 의해서 너무나도 쉽게 달라지고 정체성이 혼란이 오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저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때때로 발랄한 사람, 엄격한 사람, 귀여운 사람, 똑똑한 사람, 지혜로운 사람,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이기적인 사람, 박애주의자 등등 요즘엔 MBTI로 불리기도 합니다. MBTI로 구분하면 저는 ENFP 가 나오지만,

요즘은 사람들을 자주 만나지 않다 보니, INFP 적인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예전에 저를 카멜레온 같은 사람이라고 소개하곤 했습니다.

눈치가 빠르다 보니, 자리에 따라 사람의 특성에 따라 물 흐르듯 잘 맞추어 주는 사람이었고

공감능력이 좋아 공감이 필요한 사람에겐 쉽게 공감하고 예민하고 까다로운 사람에겐 필요한 부분을 쉽게 찾아주고는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편안한 사람으로 각인되었고, 다양하게 불리곤 했습니다.


누군가 저를 흰색 같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 말을 들었을 땐 

그렇게 기분은 좋지 않았지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생각해 보면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려는 저의 태도 때문에 저의 주관이 없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게 편안했고, 물 흐르듯 마찰 없는 관계가 좋은 건 줄 알고 20대를 내내 보냈습니다.

그렇게 지내다 30대 무렵, 오랜 친구와의 갈등상황이 생겼습니다.

말다툼이나 표면적으로 다툰 게 아니라 어떤 한 장면이 저를 카오스 상황으로 몰고 갔고 저는 한 번의 큰 번아웃을 맞았습니다. 그동안 "그럴 수 있지" 묵인한 상황들이 그 상황을 만들었겠다 직감한 저는

30대가 들어설 무렵, 저만의 경계선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생각하고 외면했던 본심에는 사실은 불편하고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 많았음에도 저는 그 순간에도, 제 감정에도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에 책임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땐, 너그럽고 포용력이 있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고, 인간은 누구나 실수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민감하고 예민한 저를 돌보지 않고 보냈던 시간이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다툼을 싫어하는 성향이고, 평화주의자였던 저는 요즘 말고 회피형 성향이었던 것이고 

그런 성향은 저의 인간관계와 애착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반복적으로 미쳐왔습니다. 작게 작게 쌓이고 쌓인 감정선들은 결국 관계의 단절까지 몰고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유년시절엔, 사람은 존재만으로 소중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보다는 특별한 사람만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그래서 마음속에는 늘 반발심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욱더 타인과 다투지 않고 맞추어 주는 사람으로 좋은 사람으로 남기 위해 애썼는지도 모릅니다. 근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저에게도 우리 관계에도 올바른 방향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이기적인 사람이, 가장 이타적인 사람이다."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나의 경계선을 분명히 하고 단단한 존재로서의 경계성이 명확하면

누군가에게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고 소통의 부재로 인해 갈등할 일이 줄어듭니다. 그리고 때때로 그 상황에서 모든 결정을 타인에게 두지 않고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가지, 모든 문제나 갈등상황은 나 때문만 생기지 않는다는 걸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 사실을 나 자신의 부족함과 결점을 마주하면서 점점 더 알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불완전하기에,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 생기고 모든 문제는 나만의 문제로만 생기지 않는다.

그러니 자책은 반성으로, 반성은 제대로하고 더 나은방향으로의 개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더 나은존재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저는 존재의 단단함과 선명함은 그릇의 견고 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릇이 단단하고 튼튼하면 그 안에 무얼 담아도 가치 있어지도 소중히 다룰 수 있게 되지만, 

구멍 한 그릇엔 무얼 담아도 걸리고 스르륵 빠져나가게 됩니다.

어쩌면, 숱하게 실수한 그 시간들이 저의 그리고 또 다른 타인의 서툴고 아직 완성되지 않는 그릇으로 인한

흩어진 시간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스스로 단단하게 존재해서, 제가 담아내는 것들을 가치 있게 여기고 타인도 소중히 여겨주면서 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며, 모자란 결점들도 품어주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 모두 다 조금은 서툰 존재들이 고, 존재하는 것만이 가치 있는 것이니까요,


오늘도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반짝이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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