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지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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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는 여름이다.
한낮의 체감온도가 40도에 육박할 만큼, 매년 매해 더 더워지고 있다.
나는 여름에 취약하다.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이라 어릴 때엔 잘 때마다 이불을 차버리고 배를 홀라당 까고 자서
배탈 난다고 할머니가 매일 이불을 끌어와서 덮어주곤 하셨다.
그래서 할머니는 내게 습관처럼 "이불을 덮어주면 차버리고, 덮어주면 차버리고"라고 하곤 하셨던 기억이 난다.
매일매일 걷는 걸 좋아하지만 여름엔 더위 때문인지 많이 걷지 않게 된다.
종종 상상하는 건, 여름이 되면 내게도 여름방학처럼 땅굴에 굴을 파서 여름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더위에 예민해지기 쉬운 시기라서 더 많이 자고, 샤워도 자주 하고 스스로를 더 잘 돌보려고 노력하게 된다.
요즘, 부쩍 감정의 기복이 심해졌다. 요즘만 그런 건 아니고, 어릴 때부터 감정기복이 오르락내리락 심한 편이었다. 그 이유는 내게는 세상에 궁금한 것들이 너무 많고, 좋은 것들이 많고, 싫은 것들도 많아서,
감정의 기복이 잔잔한 바다가 아니라, 늘 폭풍전야를 앞두고 있는 바다와 같다.
감수성이 이렇게 차오를 때면, 내게 너무나도 약해져 있는 시기가 찾아올 때면 나는 내가 가장 불편하고 덥고 짜증 나는, 내가 가장 취약한 여름을 나는 일처럼 대하려고 노력한다.
눈물이 나면 더 슬프고 감동적인 걸 찾아보고, 더 푹 자려고 하고, 잠수시합을 하는 것처럼 슬픔에 푹 빠졌다가 서서히 떠오르곤 한다.
그럼 내가 애쓰지 않아도, 어느 세 그 감정은 지나가있고 산뜻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우울하고 불안하고, 두려운 감정이 드는 일은 내가 기쁘고 지키고 싶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 있는 만큼 함께 찾아오는 손님 같다고 생각했다.
삶을 건강하게 살아가는 일은 우울하고 슬픈 걸 없애는 일이 아니라, 계절을 지내는 일처럼, 바라보는 일이 아닐까?
꽃피는 봄이 오면 꽃향기가 가득하고, 푹푹 찌는 여름이 오면 습하고 덥고 불쾌하지만 그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 나만의 시원하게 여름을 나는 법을 익히고,
가을이 오면 자연이주는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도 보고, 차가운 겨울이 오면 새하얀 눈을 바라보며 자연의 신비를 만끽하기도 하면서,
요즘 생각하는 건, 무언가 어려워지면 더 더하는 것보다 불필요한 껍데기를 빼고 껍데기를 벗겨내고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느끼고 바라보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삶을 지탱하는 뼈대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사람은 스스로의 삶의 기둥을 세우고, 세월의 희로애락의 계절을 겪어가며 그 속에서 살아나고 피어나고 아름다워지는 과정을 겪어가는 거라고,
그렇게 행복을 배워가는 거라고,
그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