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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신과 새신의 공통점

by inarose




나는 목욕탕에 가는 걸 좋아한다.

물론 더위에 약해서 뜨거운 탕에 오래 있는 게 힘들고 숨이 막히는 일이지만, 탕 안에서 세신사 선생님의 눈짓을 기다리며 내 차례를 기다리는 일이 좋다.


오늘도 오랜만에 더위에 지친 몸을 씻고 싶어서 목욕탕을 찾았다. 오랜만에 들렀는데 최근에 리모델링을 했는지 모든 것이 깔끔하고 깨끗해져 있었다.


늘 그렇듯 선불로 비용을 지불하고 선생님께 “오늘은 오이팩도 같이할게요!”라고 하며 따듯한 물에 몸을 담그고 기다렸는데 오늘은 기분 좋게도 내 차례가 빨리 와서 바로 받을 수 있었다.


평소에 나도 모르게 긴장을 많이 하는지 어깨가 자주 뭉치는데 세신 할 때만큼은 몸에 있는 긴장이 스르르 풀린다. 왜냐하면 예전에 마사지를 배운 적이 있는데 받는 사람이 몸에 긴장을 하고 힘을 주면 마사지하는 사람이 두배로 힘들다는 걸 알아서인지, 세신 할 때 가 바닥에 찹쌀떡처럼 몸을 축 늘어트리는 우리 집 햄스터처럼 힘을 빼고 세신을 받는다.

그에 더불어 향긋한 오이팩을 하며 그 시간을 보내고 나면 마치 한 꺼풀 벗겨진 뱀처럼 몸이 뽀득뽀득 개운하고 가벼워진다.

오늘은 머리도 감겨주셨는데 붙임머리를 해서 머리가 여기저기 불편햇음에도 너무 시원하게 구석구석 감겨주셔서 입가에 미소가 방긋 지어졌다.

“너무 시원해요!”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만큼,


그렇게 세신이 끝나면 내가 할 일은 헹구고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하고 머리를 말리는 일이다. 그리고 나 대신 내 몸을 깨끗이 닦아주신 선생님께 음료라도 드시라며 작은 보답을 하고 집에 오면 세상 가장 좋은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컨디션이 된다.


그래서 축축하고 몸이 무거워질 때 세신을 하고 숙면하는 루틴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회복 루틴이다.

몸이 가벼워진 것도 있지만 세신을 받을 때면 마치 내가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엄마와 목욕탕에 간 아이가 된 것처럼 돌봄을 받고 돌아오는 길 같아서 마음이 몽글몽글 따듯해진다.


나이도 몸도 컸지만 마음만큼은 이렇게 종종 어린아이 때로 돌아갈 때가 있다. 내가 돌봄 받을 때 나도 모르게 그런 애틋한 감정이 수면 위로 몽글몽글 솟아오른다.


말은 참 재미있다. 듣기에, 말하기에 똑같지만 어원이나 뜻이 다른 경우가 많다.

세신과 새신도 그 재미있는 예 중 하나다.

세신을 받으면 기분이 좋고 몸이 가벼워지고 설레고, 새신을 신으면 발이 편안하고 이 신이 날 새로운 곳에 인도해 줄 것 같은 새로운 감정을 갖게 된다.

내가 20대일 때는 그래서인지 하이힐을 사 모으는 걸 좋아했다. 색색이 다른 신을 그날 기분과 의상에 따라 매치해서 신고 나가면 마치 내가 완성된 느낌이 들어서랄까, 하지만 이젠 내 발이 편안하고 활동하기 좋은 단화나 운동화를 더 선호하게 되었다.


체력이 예전만큼 좋지 않고, 이젠 보기에 예쁜 일보다 내가 편안하고 오래 활동하기 좋은 것이 내게 더 좋은 가치가 되어버려서인 것도 있다.


그래도 세신과 새신은 뜻이 전혀 다르지만 비슷한 감정울 담고 있다. 마음에 새로운 감정이 몽글몽글 차오르고, 구름 위를 걷는듯한 가벼움을 느끼게 한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더 숙면할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컨디션은 삶에 희망을 준다. 왜 인지 모르게 좋은 꿈울 꿀 것 같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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