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자리를 그리며 걸어온 시간들
작품과 제품사이에서
손끝에서 태어난 작은 오르골이 세상과 만나기 시작한 건 아이디어스에서였다.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만든 네모상자 안에 오르골을 넣고, 작은 장식들을 올리며 완성해가는 과정은 언제나 설렜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도, 네모네라는 편집숍에도 입점했고, 주말이면 플리마켓을 찾았다. 벚꽃이 피는 봄에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겨울에도 작은 부스를 차리고 사람들과 마주하는 시간들이 좋았다. K-핸드메이드 페어에는 3년간 꾸준히 참여하며 내 작품들이 조금씩 알려져가는 걸 지켜봤다.
하나둘 팔려나가는 작품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뛰었지만, 깊은 밤 작업실에서 홀로 앉아 있을 때면 문득 생각했다. 언제까지 모든 제품을 일일히 손으로 만들 수 있을까? 생존의 여부조차 알 수 없는 이 일을, 과연 지속할 수 있을까? 지속성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는 간절함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로 우연히, 정부지원사업인 시제품제작 지원사업을 발견하게 되었고 망설임 없이 신청했다.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기쁨은 지금도 생생하다.
전시회에서 제안받았던 DIY 오르골 키트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만들기로 했다. 기존의 네모상자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야 했다. 제품 디자인부터 구조, 그리고 LED 전기회로까지 넣어서 충전해서 켤 수 있는 오르골을 만들기 위해 시제품제작을 시작했다. 외주업체와의 첫 협업 프로젝트였다. 몇 달간 수없이 컨택하며 제품 디자인과 구조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은 새로웠고 때론 힘들었지만, DIY 오르골 키트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사실 그동안 만든 작품들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구조나 부착하는 방식이 항상 위험을 동반했고, 오프라인 편집숍에 제품을 보낼 때마다 파손될까 봐 전전긍긍했다. 실제로 여러 번 파손되어 거래처에서 연락이 올 때마다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택배를 보낼 때마다 두려움이 앞섰다. 그래서 이번에는 구조 자체를 떨어지지 않는 안전한 구조로, 그리고 고객들이 원하는 꽃이나 모형을 올려 나만의 오르골을 만들 수 있도록 제작하고자 했다.
또 다른 개발 제품은 리스와 오르골을 더한 “리스 오르골”이었다. 오르골의 가장 큰 성수기는 크리스마스였고, 크리스마스에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 중 리스도 한몫했다. 나는 원래 크리스마스를 좋아한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서울 고속터미널 꽃시장에 가서 화려한 크리스마스로 분주한 시장을 둘러보는 일도 좋아해서, 크리스마스 시즌은 늘 설레고 바쁜 시즌이었다. 리스와 오르골을 한데 더해 장식할 수 있으면 음악과 리스 벽장식을 동시에 할 수 있어 실용적이고 예쁜 인테리어 소품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중앙에 오르골을 넣고 LED 전구 회로를 넣어 반짝이게 만들고, 겉에는 동그랗게 꾸밀 수 있는 플라워폼을 넣었다.
그렇게 완성된 리스 오르골! 엉뚱하고 새로운 걸 만들어보는 나의 상상력으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지만, 결국 시제품만 만들어보고 양산화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제품 개발과 외주업체와의 디자인 수정 등을 하며 한 제품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디테일하고 많은 사람의 손이 가는지 직접 실무로 경험해보는 일은 값진 경험이었다. “내가 개발한 나만의 제품”이라는 뿌듯함도 있었다.
작가로 활동하는 것도 좋지만, 나는 늘 이걸 사업화하고 확장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국내 MD 유통상담회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연말에는 현대백화점 팝업 스토어도 알아봤다. 하지만 아직 매출이나 여러 가지 제품 구성이 완벽하지 못해서 좋은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항상 작품과 제품 사이에서, 내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왔던 것 같다. 늘 새로운 걸 만들고 싶은 욕망과 대량생산해서 다양한 유통망에 판매하고 싶은 현실적인 고민들이 창업 기간 내내 나의 마음에 짐처럼 있었다.
창업이라는 건 정답이 없다. 스스로 결정하고 매순간 선택해야 하고, 선택의 결과도 오롯이 내 책임이라 고민의 연속이었다. 작품을 만드는 순수한 기쁨과 제품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현실 사이에서, 나는 오랫동안 흔들렸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새롭게 시작하는 웰니스 브랜드에서는 그동안의 모든 경험이 단단한 토대가 되어주고 있다. 작품과 제품 사이에서 헤맸던 시간들, 파손을 두려워하며 보냈던 밤들, 시제품을 만들며 느꼈던 설렘과 좌절까지 모든 것들이 이제는 명확한 방향성을 갖게 해준다. 더 이상 헤매지 않겠다는 마음이 확고하다. 웰니스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사람들의 일상에 진정한 가치를 전하고 싶다는 목표가 선명해졌고, 그 길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고 있다.
손끝에서 시작된 작은 오르골이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듯, 이번에는 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작품도 제품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서 찾은 새로운 가치를 세상에 온전히 펼쳐내고 싶다.
꿈에 다가가는 일은 길을 잃어도 마치 별과 별이 이어지는 것처럼, 이런 작은 경험들이 나중에 나만의 소중한 별자리가 되길 기대하면서 오늘도 한 발 나아간다. 그 여정에서 더 이상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