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이 위기, 위기 끝에서 만난건

변화하는 삶이 행복한 이유는, 매순간 선택에 자유에 있다.

by 시더로즈


고민이 길어지는 시간을 오래 보냈다. 나는 결단했다. 폐업신고를 해야겠다고.

폐업신고서를 작성하던 그날, 손끝이 미묘하게 떨렸다. 좋아했던 일이었다. 정말 좋아했던 일이었는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잘 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할 수 있는 걸 할 수 없을 때가 너무 많았다.

그 작은 공간에서, 그 좁은 프레임 안에서 나는 매일 해결책만 기다렸다. 이게 최선이라고 믿었다. 버티는 게, 머무르는 게, 포기하지 않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폐업신고 버튼을 누르고 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았다. 동시에 망망대해를 떠도는 부표가 된 기분이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 그런데 이상했다. 그 막막함 속에서 희망이 싹트고 있었다.

'무언가 다른 걸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했다.


진짜 적은 따로 있었다


그때까지 나는 남들의 시선이 두려웠다. 실패한 사람으로 보일까 봐, 손가락질받을까 봐 전전긍긍했다. 어두운 벽 앞에 서서 절망하고 있을 때, 세상 모든 것들이 나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것 같았다. 쫓기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막상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고 나니 알았다. 날 괴롭히는 건 남들의 시선이 아니었다. 내가 상황을 정확히 볼 수 없었던 두려움, 그리고 나 자신을 믿을 수 없었던 마음. 그게 진짜 적이었다.

5년 동안 나는 작은 프레임 안에서 꾸역꾸역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 그 틀 안에서만 답을 구하려 했다. 하지만 이제 깨달았다. 나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걸.

마치 애벌레로 살던 삶을 스스로 끝내고 자유로운 나비를 선택한 것 같았다.


비어있는 시간의 의미


무언가 끝나면 두렵다. 무언가에 속해있지 않은 게 사회적으로는 방황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시간을 다르게 바라보기로 했다.

사람이 살아갈 때 필요한 숨 쉬는 시간, 방향을 재정비하는 기간. 이렇게 생각하니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예전 일이 떠올랐다. 플로리스트로 일할 때였다. 나는 정부지원 서류작업을 많이 담당했는데, 교육받던 수강생 한 분이 지나가는 말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혹시 아세요? 이러다가 나중에 IT 창업가가 될지 어떻게 알아요?"

그때는 그저 농담처럼 들렸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동안 나는 항상 밖에서 바라보기만 했다. IR 피칭 자리에서 반짝이는 창업자들의 아이디어를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며 부러워했다.

이제야 내 안에서 올라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끝내고야 살아내볼까' 하는 여백이 생겼다.

5년간 고민하고 열심히만 일한 탓에 매일 달고 살던 어깨뭉침, 그 무게에서도 이 비어있는 기간 동안 해방될 수 있었다.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위기 끝에서 만난 건


결국 일을 바라보고 대하는 방식에 따라 우리는 어떤 위기든 해결해나갈 길을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위기의 끝에서 내가 만난 건 절망이 아니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여백이었다. 나를 믿을 수 있는 용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택할 수 있다는 자유였다.

지금 나는 재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는 다르다. 작은 프레임에 갇혀 꾸역꾸역 방법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 넓은 시야로 자유롭게 선택하는 사람으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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