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
뿔은 계절마다 조금씩 자랐다.
처음엔 손가락 한 마디였던 것이 어느새 손바닥 길이만큼 되었고, 표면에는 나이테처럼 가느다란 결이 새겨져 있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그 결 사이로 은은한 빛이 감돌았는데, 인간은 그것을 볼 때마다 조용히 웃었다.
유니콘이 스스로의 힘을 처음 알게 된 건 우연이었다.
마을 끝에 사는 늙은 개 한 마리가 며칠째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주인은 이미 체념한 얼굴이었다. 유니콘은 돌담 너머로 그 개를 보았다. 왜인지 발굽이 그쪽으로 향했다.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숙여 개의 몸에 이마를 대었을 때 , 뿔이 따뜻해졌다.
따뜻한 정도가 아니었다. 뿔 안에서 무언가가 흘러나가는 느낌이었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자연스럽게.
다음 날 아침, 개는 일어나 꼬리를 흔들었다.
아무도 이유를 알지 못했다. 개의 주인은 고개를 갸웃거렸고, 마을 사람들은 "날이 따뜻해져서 그렇겠지" 하고 넘겼다.
하지만 인간은 알았다. 자신의 유니콘이 무언가를 한 것을.
"네가 그런 거지?"
유니콘은 대답 대신 인간의 손바닥에 코를 비볐다. 뿔 끝에 아직 온기가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