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하다"
나는 좋아하는 칭찬 중에 "근사하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예쁘다, 멋지다 훌륭하다 모두 좋은 칭찬이지만, 근사하다는 말은 어감이나 말하는 이도 듣는 이에게도
과하지 않고 은은하게 스며드는 느낌이다.
나는 화려함이나 유행을 쫓아가는 일보다 자신의 고유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 근사해 보인다.
내가 무얼 좋아하고 어떤 게 왜 좋은 지 이해하고 있는 듯한 사람에게는 삶에서 선택하는 것에 대해서도
본인만의 취향이 묻어있는 듯하고 한 권을 책을 읽는 것처럼 궁금해지는 것 같다.
나는 스타트업 IR피칭하는 것을 보러 종종 간다. 그 사람들이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고 왜 만들 게 되었고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그걸 설명하기까지의 과정이 나는 너무 근사해 보이고, 그 사람의 눈이, 약간은 떨리는 듯한 태도가 근사했다.
그리고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일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자신들만의 이유가 있기에 만든 것이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 꺼내 보여주는 것이니까, 그것의 성공여부보다는
그런 경험 자체가 너무나도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행하는 것은 한 철이다. 그렇기에 쉽게 변한다. 왜냐하면 다수가 쫒는 유행은 또 다른 유행이 생기면 갈대처럼 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유한 취향은 오래가며 쉽게 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취향이 되기까지 한 사람은 오랫동안 경험을 해왔을 것이고, 시간이 선택이 모여
취향으로 완성되어 간 것일 테니까, 그래서 나는 취향이 있고 고유한 분위기를 가진 사람이 매력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선택은 하는데도 자신만의 이유가 있고, 기준이 있으며, 중심이 잡힌 사람.
나도 그런 근사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어릴 땐 나에게 무엇이 잘 어울리고, 옳은지 그리고 난 무엇을 할 때 가장 좋은지 잘 몰라서 많이 하는 것을 쉽게 선택했다. 그런 것들은 쉽게 질리고, 기억에 남지 않았다. 결국 오래 고민하고 나 스스로 결단하고 선택한 것이 올았 든 틀렸던 배움을 남겼던 것 같다.
이건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억지로 내어놓지는 못할 것 같다. 왜냐하면 그것은 실체가 없고 실체가 없으니 금방 바닥이 드러날 테니까, 그 대신 깊이 있는 성찰과 사유, 그리고 내가 살아오면서
느낀 값진 배움 같은 것들, 그런 이야기는 나누고 싶다. 그것만이 "나"이고 진실이기 때문이다.
글 쓰는 일은 그래서 가치 있는 일인 것 같다.
고민하게 되고, 돌아보게 되고, 깊이 생각하게 되고 정리하게 만드는 일이고
기록은 남아,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볼 수 있으니까.
이런 기록들이 모여 근사한 나만의 취향이 되고, 누군가와 소통한 추억이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