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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 지"

by 시더로즈




오랜만에 김광석 님의 편지라는 노래를 들었다.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억지노력으로 인연을 거슬러 괴롭히지는 않겠소

하고 싶은 말 하려 했던 말 이대로 다 남겨두고서,

혹시나 기대도 포기하려 하오 그대 부디 잘 지내시오

기나 긴 그대 침묵을 이대로 받아주겠어, 행여 이맘 다칠 까

근심은 접어두오, 오 사랑한 사람이여, 더 이상 못 보아도

사실 그대 있음으로 힘겨운 날들을 견뎌왔음에 감사하오,


좋은 사람 만나오, 사는 동안 날 잊고 사시오,

진정 행복하길 바라겠소, 이맘만 가져 가 오,


가사를 곱씹어 보니, 한 글자 한 글자 편지 쓰던 이의 마음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마음에 자란 감정들을 반듯하고 곱게 접어 종이배로 띄워 보내는 이의 마음이 느껴지는 노래다.


나는 손 편지 쓰는 걸 좋아했다. 어릴 때 참 많이 썼다.

이모들이랑 함께 살았는 데, 이모생일이나 내가 실수하고 잘못했을 때, 말로 하는 게 그렇게 부끄럽고

어색할 때 편지를 그렇게 썼다. 그런 습관인지 자라면서도 사람들에게 편지를 자주 썼다.

말로는 왜인지 낯간지럽고 부끄러워서 하지 못하는 말, 그리고 그리운 사람들을 그리워하면서

할 수 있는 행동이 편지 쓰는 일이었다.


언젠 가 낯선 이랑 편지를 주고받은 적이 있다. 너무나도 힘겨운 때였는 데, 인터넷으로 알게 된 사람에게 우연히 편지를 받았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게 그 글씨가 너무나도 예뻤고 정갈했고, 내용도 정성스러웠으며 긴 장문의 편지였다. 한 번도 만나보지 않은 나에게 그런 정성스러운 마음과 말을 건네주는 그 사람에게 지금 돌이켜보면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분이 써준 말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 있었다. "자기 자신을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하세요, "

그때 난 문해력이 부족해서인지,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내가 불쌍한 사람인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말은 너무나도 고맙고 따듯한 말이었다.


"구원자"라는 말이 있다. 내가 힘든 터널 같은 시간을 보낼 때 누군가 나를 구원해 줄 거라는 생각으로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구원자를 찾고 기다린다고 한다.

누군가에겐 그런 존재가 신앙일 수도, 연인일 수도, 부모나 가족, 친구일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유일하게 나를 진정으로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 밖에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나 자신을 구한다는 건, 나를 믿는다는 것이고 나를 믿는다는 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간다고 선택하는 일이라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날 구했을 때, 날 구원해 주길 바랏 던 사람들에게 더 이상 구원을 바라지 않아도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 진정한 친구가 되어 줄 수 있는 것 같다.

그 편지를 써 주었던 사람은 내가 어둡고 지쳤던 그 시간에 나에게 "친구"가 되어줬다는 사실을

시간이 지난 이제야 알 수 있게 되었다.


얼굴도 모르고, 그저 안부를 물어보는 온라인에서 만났던 그 사람은 내가 살아오면서 만났던 좋은 친구 중 한 명으로 오래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다.


나에게 편지를 쓰는 일은 시간을 들여 손으로 적어 내려가고, 좋은 어휘와 단어를 생각하고

이 편지를 받아 읽을 사람들 생각하는 마음을 소중히 접고 접고 종이배에 띄워 보내는 일이다.


그 마음이 그 순간 그 사람에게 바로 와 도착할 수도 있고, 지금 나처럼 옛 친구의 마음과 따듯한 말을

이해하는 일처럼 오랜 시간이 지나 도착할 수도 있다. 마음은 그런 것 같다.

알아차리려면 천천히 시간을 들여 섬세하게 바라보고 들여다봐야 한다는 걸 더 느끼고 있다.


모든 것이 빨라지고, 인터넷이 통하는 곳이라면 휴대폰으로 언제든 닿는다면 누구 와든 이야기할 수 있고 닿을 수 있는 시대, 하지만 나는 여전히 손으로 정성스레 쓴 진심 어린 손 편지가 좋다.


오래된 손 때 뭍은 편지를 꺼내보는 일도, 시간이 지나 그때의 그 마음을 꺼내보는 일도,

너무나도 소중한 일이다. 결국 남는 건 진심 어린 마음으로 전했던 마음과 오랜 시간이 걸렸던 일 들이다.

빠르고 쉽고 그리고 의미 없는 일들은 비눗방울처럼 허공에 떠다니다 사라져 버린다.


나의 글도, 내가 전하는 메시지도, 이런 손 편지처럼 따듯하고 기억에 남는 소중함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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