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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커밍제인 Jul 2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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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주는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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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작가님의 "딸에게 주는 레시피"를 좋아한다.

2022년에는 스푼이라는 라디오 앱에다 이 책을 직접 읽으며 녹음해서 한동안 내내 들었었다.

종종 내가 엄마 없는 아이처럼, 고아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이 책은 내게 큰 격려와 힘을 주었다.


책의 내용은 엄마가 딸에게 상황 별 먹어야 하는 음식을 말해주면서 에피소드를 전해주고,

그에 맞는 레시피를 알려주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진짜 엄마가 해 주는 이야기 같아서 포근하고 다정한 마음이 들어 엄마 없는 아이 같을 때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만한 책이다.


그렇다고 나에게 엄마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나와 22살 차이 나는 엄마는 나를 이른 나이에 낳아 아직도 젊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엄마와 가깝지 않다.

어린 시절을 몽땅 외할머니와 자란 시간도 있었지만, 엄마는 나와 가치관도 너무 다르고,

자기 자신도 첫 딸인 엄마는 나에게 심리적인 압박감을 크게 주었었다.

강하게, 자립심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라는 뜻도 있었겠지만, 그런 이유에서인지 나는 엄마와의 정을 

이른 나이에 떼서 지금은 그저 호적상에 엄마로 남아 있다.


지금은 나도 30살이 넘고, 삶에 대한 경험치가 어느 정도 쌓이다 보니, 예전처럼 엄마말을 고분고분 들어주는 척도 잘하지 못하게 되었다. 엄마는 여전히 자신감이 넘치지만 이기적인 사람이고 나는 그런 엄마를 이해하고 사랑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그런 노력들은 나를 더욱더 외롭고 힘겹게 했기에, 지금은 떨어져 독립해서

조금은 더 나답고 행복한 삶을 찾아가고 있다.


딸은 엄마를 많이 닮는다고 한다. 나는 우리 엄마 아빠를 닮지 않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며 살았다.

이른 나이에 14살 나이 차 나는 아빠와 결혼한 엄마의 실패한 결혼, 나는 그래서인지 연애는 해도 어릴 땐 절대 결혼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에 만나던 사람과의 결혼이야기가 오고 가서 찾은 엄마와의 대화에서도 엄마는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했다. 나이 차 나는 상대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아니면 나를 믿지 못하는 건지, 나는 그런 대화가 내키지 않아서 찝찝한 마음으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사람과 잘 되지 않았고, 그 일은 천만다행이었다.


언젠 가 한 번은 엄마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너도 너 같은 딸 낳아봐라, "

나는 그 말에 대답은 안 했지만, 난 엄마처럼은 안 할 거야,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아직 엄마가 돼 보지 않아서 그런 마음 반, 엄마를 미워하는 반이 섞여있었는 지도 모른다.


유독 이기적이고, 자신밖에 모르는 엄마의 성격 때문인지, 나는 너무나도 독립적이고 

이타적인 사람으로 자랐다. 남한테 피해주기 싫어하고 나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인해 누군가 상처받는 게 싫어서 그리고 외로웠기에 사랑을 더 표현하려고 노력하면서 살아온 것 같다.


내게 어른이 필요할 때, 엄마는 내게 좋은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해주지 못했기에 나는 지금도 

스스로에게 어른이 되어주려 엄격한 사람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내가 엄마가 된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줄 수 있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엄마와 자식이라도, 피를 나눈 가족이어도 개별의 인간이기에 서로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할 테지만,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고, 많은 대화를 나눌 것이다. 

더 많은 걸 꿈꿀 수 있도록 보여주고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하나, 세상에 혼자라고 느껴질 때, 전화할 수 있는 엄마가 되어주고 싶다.


내게는 그런 사람이 없었기에, 나는 꼭 나의 아이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가족이란, 뭘까 생각해 본 적이 많다. 가족이란 공동체는 그 이름으로 인해 서로를 너무 옭아매기도 하고,

가깝다는 이유로 너무 상처를 주기도 하고, 가족이라는 이유로 다 안다고 생각해서 

함부로 재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족도, 피를 나눈 타인이다.

언제나 존중과 이해, 배려가 없다면 좋은 관계로 형성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냥, 오랜만에 공지영 님의 "딸에게 주는 레시피"에 나오는 좋아하는 글귀가 생각나서 적어본다.

우리 엄마가 나에게 그런 존재가 아니어도, 나는 언제 든 다른 방법으로 나를 격려하고 사랑할 수 있고

그럼에도 나는 존중받고 사랑받을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고 살아가야지,


삶이 너무 외롭고 고독하다고 느껴질 때, 한 번씩 꺼내어 본다.

이 글귀가 엄마가 필요한 누군가에게도 위로가 되는 말이길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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