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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확행 Jun 28. 2024

시댁 안부전화가 스트레스인 그대에게

안부 전화는 외주화 하세요

나는 시어미니께 안부 전화를 드리지 않는다. 전생에  유관순 열사의 옆집에 살았던 것이 분명하다.




사실 이 좋은 팔자는 내가 전생에 쌓은 덕만으로는 구현할 없는 것이다. 나의 시어머니의 아들(남편)은 매일매일 시어머니께 안부전화를 한다. 시아버님께서 심장마비로 갑자기 돌아가신 이후로는 전화의 횟수가 잦다. 생각해 보니 이건 시어머니의 공덕이다. 살갑게 자주 전화하는 아들로 키운 우리 어머니의 덕.



또 다른 요소가 있다. 아흔이 훌쩍 넘으신 우리 시할머니께서는 아직도 며느리가 안부전화를 얼마 주기로 하는지 체크하시는 맑은 정신을 지니고 계신다. 며느리의 안부전화는 기본 옵션으로 깔고, 다른 효도들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시는 시할머니. 이런 시할머니와의 40년 넘는 시간을 보내고 계신 시어머님을 보고 있자니 인간적으로 가엽다는 생각이 든다. 두 분 사이에 얼마나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다 알지 못한다. 하지만 결혼 승낙을 하시고, 이제 나를 당신의 며느리로 받아주시면서 하신 첫 번째 당부가 '나한테 안부 전화 같은 거 하지 마라!'였으니 나로서는 짐작만 할 수밖에.



그렇다고 해서 대한민국 며느리로서 '안부전화'에 대한 부담감을 하나도 가지지 않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나머지 부담감도 다 내려놓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바로 아이들에게 그 미션을 인계한 것.


 



"나의 아버지께 전화하라!"

아이들이 아침 식사를 끝내면 나는 우유 한잔을 식탁에다 놓으며 외친다. 월화수목금요일 등교 전.  아이들은 양가 부모님께 영상통화로 안부전화를 드린다.

등교 전. 아이들은 양가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린다.


안부 전화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아침밥은 잘 먹었는지, 오늘은 수학 학원에 가는지, 기타 수업 때는 무슨 곡을 쳤는지, 오늘은 체육 수업 있는지. 아이들의 작은 일상을 물어보시고 화면으로 보이는 아이들의 얼굴을 살피신다.



아이들도 친할머니댁 베란다에 있는 다육이들이 잘 크고 있는지,  외할아버지께서 염색을 하셨는지, 외할머니는 오늘도 성당에 가시는지 안부를 묻는다. 시어머니께 전화를 드릴 때는 남편이 적절한 타이밍에 통화에 합류하고, 친정 부모님이랑 아이들이 통화할 때는 나도 같이 얼굴을 들이밀고 두 분의 얼굴을 빠르게 살핀다.



날씨가 더운 날에는 꼭 물통 챙겨라. 비가 흩날리는 날에는 조심해서 우산 들고, 얇은 점퍼 꼭 챙겨라. 길 건널 때 차 조심하고,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지내라. 우리 강아지들. 씩씩하게 잘하고 있다. 사랑한다. 매일매일 사랑이 담긴 말들을 아이들은 아침마다 건강주스 마시듯 들이키고 있다.

친정아버지와 영상 통화 중인 큰 아들. 매일매일 아이들에게 사랑한다 말해주시는 친정아버지시다.




"세상에 세상에! 매일 아침마다 안부 전화 하는 손주들이 어디 있냐며 친구들이 어찌나 부러워하던지!"  

여고동창들과 여행을 다녀오신 친정어머니는 기분이 좋아 날아갈 듯한다. 아홉 명이 모인 자리에서 2박 3일 일정 동안 손주들에게 전화받은 사람은 우리 엄마가 유일하다는 것. 그것도 우리 엄마는 손자들의 전화를 매일 아침 받았다는 사실. 친구분들의 부러움과 칭찬에 '슈퍼스타'가 되었다며 기뻐하는 친정어머니의 얼굴을 보니 이게 뭐라고 그리 좋아하시나 싶었다. 별거 아닌 걸로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릴 수 있다는 생각에 문득 참말로 다행이다 싶기도 했고.



나중에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나서. 혹시나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들이나 남편이나 나를 못 알아보시게 되는 그런 슬픈 날이 오더라도. 나는 마냥 슬퍼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아침마다 나눈 이 짧은 통화로 시나브로 쌓인 사랑이 서로의 눈빛과 마음에 쌓여감을 알기 때문이다.



내일 아침. 난 아이들에게 외칠 것이다.

나의 시어머니께 전화 드리라!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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