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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틂씨 Jul 04. 2019

[쓰기 4일] 꿈과 현실의 사이에서

[쓰기 4일]





한국과 네덜란드는 너무 달라서, 양 쪽을 오갈 때마다 자주 현실 감각을 잃는다. 물론, 어느 쪽이 현실이고 어느 쪽이 환상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때로는 둘 다 그렇기도 하고, 둘 다 아니기도 하니까. 공기가 다르고 빛이 달라서, 들이마시는 숨까지 달라진 기분.  



이 나라는 빛이 강하기도 하고 쨍해서 선글라스를 쓰지 않으면 눈이 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비가 오지 않을 때에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낮 기온은 20도 안팎, 새벽녘에는 서늘하게 춥고, 낮에도 그늘과 햇빛이 내리쬐는 공간 사이의 온도차가 극명하다. 빛이 선명해서 모든 것들이 예뻐 보이기도 한다. 


반면에 한국은 빛이 그렇게 쨍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뜨거운 여름 날씨(라고 하면 한국 사람들은 전부 다 알 텐데). 전체적인 공기가 습해서 무거운 느낌. 낮 기온은 30도를 맴돌고, 그늘에 들어간다 해도 습도 때문에 딱히 가디건을 걸쳐 입을 만큼 서늘해지진 않는다. 온화하지만 뜨끈한 기운, 무슨 국물요리처럼. 작년의 악명 높은 열대야를 경험하지 못해서인지, 가끔은 여름스러운 여름 날씨가 그리웠던 적도 있다. 그리운 것은 실은 날씨가 아니라 아마 팥빙수와 아이스 아메리카노였는지도 모르겠지만. 



핸드폰을 껐다 켰지만, 시계는 여전히 한국의 시간을 가리켰다. 새벽 다섯 시 해가 떠오르는 중인데, 시계는 자꾸 현실성 없게 낮 열두시라고. 몇 번을 반복해도 그대로인 시계를 보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분명 어제 나는 한국에 있었고 이 시간에 살고 있었는데, 열한 시간의 비행 끝에 익숙한 듯 낯선 곳으로 돌아왔다. 입국심사에 별 말을 묻지 않고 얼굴 한 번 보고 3초 만에 도장을 쾅 찍어주는 것을 보니, 내가 이 세계에 속한 것이 맞긴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매번 다르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한국에 있었던 시간이 꿈같다. 깼다. 이곳이 현실. 




앞으로 한국보다 일곱 시간 느린 삶을 산다. 어쩌면 매번 가장 마지막 글을 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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