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umulmeoli
"내가 다닌 길들, 흘려 보낸 날들 너머 다다른 곳
모든 경계들 사라지고 모든 길들 하나되어
한없이 푸르고 아득한 텅 빈 사이의 풍경들”
여기에 담긴 이미지와 텍스트는 길 위에서 끄적였으나 미처 부치지 못한 엽서와 메모들이다. 하릴없이 헤매였던 시간과 공간의 틈새에서 주워 담았던 반짝이는 유리 조각이자 낯선 골목의 냄새와 밑줄 친 문장의 흔적들이다. 문득 눈을 뜨고, 무심코 눈을 감는 찰나의 기억들처럼 어디에 가닿을 지 모르지만 공중으로 한껏 던져 올렸던 한덩이 눈꽃송이처럼.
아, 반짝이는 유리 조각들을 모으고 싶었다. 햇살에 반짝이는 것들, 허나 허리 굽혀 주워보면 그저 빛 잃은 한낱 사금파리에 지나지 않는 것들인 것을.
부디, 여기에 담긴 시공의 파편들이, 아무것도 아니기에 소중했던 그것들이 어딘가에 가 닿아 어둠을 삼키듯 별이 돋아나고,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의 풍경들 사이에서 환한 꽃으로 피어나길. 창 밖을 스쳐가는 투명한 구름의 흔적처럼 말로 할 수 없는 것들과 우물쭈물 손 내밀어 붙잡지 못한 순간, 그러나 이제서 돌아보면 차마 어쩔 수 없음을 알게 된 사이의 날들처럼. 무릇 어떤 사랑이 그러하듯, 너와 나 사이의 그곳에서 그대도 부디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