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hea
그 때였어. 내 마음이 떨리기 시작한 것은. 평소 잊고 지냈던 어딘가 깊숙한 곳의 나지막하지만 또렷한 두근거림을 들은 것은. 그 때 쯤이었지. 내가 나를 진심으로 그리워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던 것도. 텅빈 하늘을 향해 한바탕 울어젖힌 뒤 맑은 얼굴의 내가 이 세상 어딘가엔 있음을 알게 된 것도.
무작정 떠나고 싶었지. 마구 내달리고 싶었어. 보잘것없는 주저함과 답답한 두려움을 속시원히 떨쳐버리고 저 하늘과 땅 사이를 말 타고 달리다 보면 어딘가 세상의 끝이 나오는 것일까. 저 북쪽 끝에 있다는 바다 같은 호수까지 달려가 시리도록 푸른 물 속에 비친 끝간데 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을 들여다 보고 싶었네.
그러나 시간은 가고, 무심히 일상은 흐르고, 그 때는 미처 몰랐지. 다시 어딘가에 묶여 인생을 낭비하게 될 줄을. 구름이 떠 가듯 꿈도 가고 시간이 흐르네. 그렇게 모든 것 다 사라져도 어떤 순간은 남아, 떨림은 시가 되고 노래가 되리.
닫혀 있는 문 앞에 서서 아무데도 못 가잖아, 투덜거려 봐야 소용 없다. 분명한 건 밀거나 당기지 않으면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사실 뿐. 그러니 이제 시작(Beginning)이 아니라 시도(Trial)라 말하자.
하나의 성공을 위한 시작이 아닌 수많은 실패가 가능한 시도하기. 끊임없이 산 정상을 향해 바위를 밀어 올린다 해도, 바위는 또 다시 굴러떨어질 테지만 절망할 필요는 없다. 베케트의 말처럼 다음에 더 멋지게 실패하면 그만이니까.
“모든 건 예전대로. 다른 어떤 것도 결코 없는. 시도해봤던 것도. 실패했던 것도. 상관없다. 다시 시도하기. 다시 실패하기. 더 잘 실패하기(Ever tried. Ever failed. No Matter. Try again. Fail again, Fail better).”*
무난함을 선택하고 삶은 불행해졌다. 그러니 부디 불행을 선택하라. 어차피 바람 부는 게 인생이더라. 새로운 인생은 그렇게 시작된다.
* 사무엘 베케트, <최악을 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