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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채 Apr 20. 2018

아프니까

청춘의 카주라호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하니... 누군가 말했다. 

"아프니까 청춘은 무슨! 청춘이고 아플 뿐이야."

그럴싸하다. 내게 카주라호가 그랬다. 그곳으로 향하던 난 청춘이었고, 아팠다. 

 

# 카주라호 사원으로 가는 길


말 그대로 몸이 아팠다. 인과 관계가 아닌 그냥 청춘과 아픔, 병렬 관계다.  카주라호로 가기 위해 선택했던 길은 가능한 가까운 도시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로컬 버스로 갈아타고 한참을 들어가는 방법이었다. 난생처음 겪는 환경 속에 조금 지쳤는데, 처음 타본 덜컹이 버스에 오장육부가 뒤틀리더니 급기야 앓아눕고 말았다. 

"하루만 더 자보고 결정하자." 


여행을 계속하냐 포기하냐 고민하다가 포기를 결심한 다음날 오전 기사회생하여 여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 아직 인도가 인생 모든 건 아닌 시절이었으니, 맘껏 밀어내고 발을 뺄 수 있었다. 과연 그런 사람도 없진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이어간 여행으로 결국 인도에 빠졌다. 포기하지 않은 여행에서 좀 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인도의 좋은 면을 보게 된 까닭도 있지만, 아마도 아파서 미처 가보지 못한 곳에 미련을 둔 것이 오히려 인도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된 거라고 생각한다. 자꾸 생각나면 좋아지듯, 가보지 못한 곳을 가보기 위해 또다시 인도를 가고, 또 가고, 자꾸 가다 보니 그곳이 인생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청춘이고 아팠을 뿐이지만,  돌이켜보면 그것도 나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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