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함께한 동남아 배낭여행 6
씨엠립에서 계획한 일정을 모두 마쳤다. 다음 목적지는 프놈펜을 거쳐 베트남 사이공으로 가는 여정이다. 호찌민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중심지는 사이공으로 불린다. 프놈펜은 캄보디아의 수도이고 이곳도 찬찬히 둘러보면 볼 것이 많겠지만, 우리의 일정이 그렇게 길지는 않았기에 프놈펜에서 하루를 묵고 사이공으로 가는 여정을 택했다. 씨엠립에서 사이공까지 직접 가면 국제버스로 12시간가량 걸린다. 그렇게 오래 버스를 타는 것이 부담스럽기에 우리는 일단 프놈펜까지 가서 1박을 하고, 프놈펜에서 배를 타고 사이공으로 가는 여정을 계획했다.
씨엠립에서 프놈펜으로 가는 버스는 몇 종류가 있다. 우리가 이용한 버스는 메콩 익스프레스(Mekong Express)이다. 버스표는 11달러. 지금은 가격도 올랐고 버스회사도 더 많이 생겼다. 우리가 이용했던 메콩 익스프레스, 왠지 에어라인 느낌이 나는 버스회사 이름이다. 사실 스튜어디스와 스튜어드까지 탑승하는 나름 호화(?) 버스이다. 버스가 출발하면 스튜어디스가 마이크를 잡고 안내방송도 한다. 현지어로 먼저 하고, 영어로도 방송을 해준다. 우리가 탔던 버스의 어린 스튜어디스 아가씨의 영어는 솔직히 뭐라 하는지 알아듣기 어려운 발음이라는 것이 문제이긴 했지만. 버스에서는 기내식도 제공해준다. 간단한 빵과 음료수이지만 세심한 서비스이다. 우리는 아침에 출발하는 버스를 이용했는데, 시간과 돈이 아까운 젊은 배낭여행자들은 야간 슬리핑 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버스는 우리네 국도보다 훨씬 못한 이곳의 고속도로를 무려 6시간이나 달려... 라기보다는 도로를 메운 소, 말, 오토바이 마차 등등의 다양한 장애물을 헤치고 달려서 프놈펜에 도착했다. 씨엠립에서 프놈펜까지의 거리는 불과 232km. 우리네 고속도로라면 여유 있게 가도 3시간 정도면 충분히 갈 거리이지만, 이곳에서 물리적 거리는 우리가 느끼는 물리적 거리와는 사뭇 다르다. 도중에 몇 번씩 휴게소에도 들러서 정말 여유롭게 간다.
프놈펜에 내리자 툭툭 기사들이 몰려들어 서로 자기 툭툭을 타라고 아우성이다. 잠시 지켜보고 있으면 자기들끼리 경쟁하며 가격이 내려간다. 예약한 호텔까지 처음 5불을 달라고 하더니 결국 2불에 낙찰을 봤다. 배낭여행을 할 때 호텔 예약을 하지 않고 현지에 도착해서 숙소를 찾아서 묵는 방법도 있지만, 부부가 여행을 할 때는 미리 일정을 짜고 숙소 예약을 미리 하는 편이다. 그래야 현지에서 호텔을 찾아다니는 수고를 덜 수 있다. 물론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기에 숙소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단점은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이런저런 사이트에서 정보를 찾아서 적절한 선택을 해야 한다. 주로 이용하는 사이트는 트립어드바이저 tripadvisor이다. 그 외에 호텔 예약 사이트들에서도 후기를 찾아본다. 우리는 보통 동남아를 여행할 때는 20~30불 정도의 숙소를 찾는다. 게스트하우스에 묵는 경우도 많은데, 사실 시설 좋은 게스트하우스의 더블룸은 어지간한 호텔보다 더 편하고 좋기도 하다. 우리가 예약한 호텔방은 썩 좋은 곳은 아니었지만 발코니가 있는 2층 방이어서 나름 남국의 정취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프놈펜은 사이공을 가기 위해 거쳐가는 도시이다. 캄보디아의 수도이니 천천히 둘러보면 좋았겠지만, 사실 관광지라고 할 수는 없기에 대단한 구경거리가 있는 도시는 아니다. 킬링필드 박물관이 가볼만한 곳이지만, 아내와 가기에는 좀 불편하지 않을까 해서, 편하게 왕궁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구경하기로 했다. 물론 저녁 먹고 앙코르 맥주 한 잔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코스이다.
캄보디아 어디를 가건 편하게 식사하기가 어렵다. 주위에 불편한 풍경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관광지에서는 아이들이 원 달라를 외치며 졸졸 따라다니는데, 수도 프놈펜에서는 길거리에 나 앉은 아이들을 어디서나 접한다. 식당은 대부분 노천 스타일의 오픈된 곳이 많아서 자리를 잘못 잡으면 식사 내내 마음이 불편할 수 있다. 밥 먹는 내내 길가에 앉은 아이들이 눈에 밟혔던 아내는 식당을 나가면서 거스름돈을 아이에게 쥐어주고 갔다. 그러자 순식간에 주위에 있던 모든 아이들이 몰려들고... 당혹스럽고, 안쓰럽고,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