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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Ale May 28. 2017

프놈펜에서 배 타고 호치민가기

부부가 함께 한 동남아 배낭여행 7

프놈펜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앙코르 비어도 한잔 했다. 다음날 아침에 베트남 사이공으로 출발해야 한다. 프놈펜과 호찌민을 연결하는 국제버스가 있고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게 가는 길이다. 하지만 배편을 이용해서 메콩강을 따라 사이공으로 가는 여정을 택했기에, 이제 프놈펜에서 사이공으로 가는 배표를 구해야 한다. 


프놈펜에도 외국여행객들이 모이는 여행자 거리가 있다. 이 여행자 거리에 즐비한 여행사를 돌며 흥정을 시작했다. 깎고, 깎고, 또 깎고 깎아도 결국에는 어느 정도 바가지를 쓰게 되어 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래도 가능한 한 조금이라도 바가지를 덜 쓰는 것이 목표이고 또 흥정의 재미도 있기에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발품을 팔며 흥정을 했다. 


여러 여행사를 거치며 제일 싸게 흥정했다고 판단하며, 프놈펜에서 사이공까지 20불에 표를 구입했다. 프놈펜에서 베트남 쩌우독까지 메콩강을 따라서 배를 타고 가고, 그곳에서 사이공까지는 버스를 갈아타고 간다. 번거롭기는 하지만,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베트남 사이공까지 가는 국제교통편이 모든 비용 포함해서 20불이면, 비싼 가격은 아니다. 


국제버스 타고 사이공으로 직접 가면 훨씬 편하고 시간도 절약되지만,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메콩강을 크루즈 하면서 가는 것이 낭만 있겠다 싶어서 택한 코스이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쉬운 여정은 아니었지만, 잘한 선택이었고 기억에 남는 여정이었다.


아침 일찍 선착장에 도착하니, 대기하고 있는 보트는 어제 여행사에서 팸플릿으로 본 운치 있고 호화스러워 보이는 슬로우보트가 아니라, 자그마한 스피드보트였다. 일행은 우리 부부를 포함해서 달랑 7명이다. 뭔가 의심스러워서 일행들에게 물어보았다. “내가 표살 때 계약한 보트는 이게 아닌데, 너는 이 보트인 줄 알고 표를 샀니?” 돌아온 대답은 “우리가 본 보트도 이게 아닌데...”였다. 


영어가 짧은 가이드는 연신 “노 프라블렘”을 연발한다. 이보시게 자네는 노프라블렘이겠지만, 나는 프라블렘일세... 속으로 그렇게 되뇌었지만, 다른 일행들이 별 문제 제기 없이 다들 보트에 오르길래, 할 수 없이 우리도 보트에 올랐다. 어차피 강따라 흘러내려가는 건 마찬가지이니 할 수 없는 일이라 체념하고, 이 또한 여행에서 겪는 뜻하지 않은 묘미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출발이 좀 불안하긴 했지만 어쨌거나 캄보디아 프놈펜을 출발해서 배를 타고 메콩강을 따라서 베트남을 향해 떠났다. 일행은 우리 부부와 러시아 부부, 뉴질랜드 부부, 스위스 아가씨(라고 하기엔 나이가 좀 있는 처자), 그리고 브라질 청년 이렇게  8명이다.


여행할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서양인들은 어디 가나 책을 끼고 산다. 흔들리는 배에서도 열심히 독서를 한다. 배에서 책 보면 멀미할 텐데, 아랑곳하지 않고 다들 열심히 책을 읽는다.


배가 출발하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일행들 간 대화가 시작된다. 뉴질랜드 친구가 스위스 아가씨에게 뱃삯을 얼마 냈냐고 물어본다. 프놈펜에서 베트남 쩌우독까지 24불을 주고 티켓을 샀다고 한다. 뉴질랜드 친구가 자신은 똑같은 행선지인데 10불을 주고 샀다고 한다. 그러더니 내게도 얼마 주고 티켓을 샀냐고 물어본다. 이 젊은 친구 참... 그건 알아서 뭐하려고 그러는지. 비싸게 바가지 쓰고 티켓 구매한 스위스 아가씨 열 받을 텐데.


나는 사이공까지 표를 끊었고, 총 20불 줬다고 하니, 그 정도면 적정 가격 지불한 것이라고 짐짓 나를 안심시키듯 알려준다. 한참 발품 팔고 샀는데 그럼 당연하지! 대화를 듣던 스위스 아가씨가 결국 울그락 불그락해지더니 급기야 선장에게 따지고 들기 시작했다. 환불해달라고. 환불해 줄리 만무이고 의사소통도 어렵다. 표를 판 여행사에서 바가지를 씌운 것이니, 선장이 환불해줄 이유가 없다. 여행이란 바가지도 쓰고 그런 것인데, 그냥 잊고 편하게 마음먹는 것이 상책이다. 10불짜리를 24불에 샀으니 두배 이상 바가지를 썼지만, 금액은 만 오천 원 정도이니 맥주 몇 병 덜 마셨다 생각하고 편하게 가는 것이 좋다. 


우리를 태운 스피드보트는 쏜살같이 메콩강을 따라 내려갔다. 가다가 중간의 마을에 정박해서 화장실도 보내준다. 작은 스피드보트에는 화장실이 없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 들른 마을 꼬마들이 우리가 신기한지 구경을 나왔다. 애들에게 사탕을 쥐어주니 좋아라 한다. 어딜 가나 아이들은 다들 천사 같다. 귀여운 녀석들.


한참을 강을 내려온 스피드보트는 국경에 다다라서 우리를 세관에 내려놓는다. 캄보디아 베트남 국경이다. 명색이 국경인데 참 허술하다. 사실 예전에는 국경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서로 왕래하던 국가들이고, 국경이 확정된 것이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인도차이나반도 국가들의 국경은 어디를 가도 굉장히 자유롭다. 우리가 느끼는 엄격하고 딱딱한 국경이라는 개념은 이곳에 없다. 반도국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섬나라인 한국인들은 많은 것을 잃고 살고 있다. 예전에는 서울에서 파리까지 가는 기차표를 팔았고, 그렇게 대륙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캄보디아 베트남 국경의 출입국사무소


배에서 내려 저 위의 출입국사무소로 올라가서 통관을 하고 내려온다. 한국인은 베트남 입국 시 무비자라서 그냥 입국 도장 하나 여권에 받고 나온다. 그런데 러시아를 제외한 다른 서양 국가들은 베트남 입국 시 비자가 필요하다. 러시아 부부를 제외한 다른 일행들은 모두 다들 비자를 받고 왔다고 한다. 입국절차를 마치고 나자, 일행들이 어떻게 한국은 무비자인지 굉장히 신기해하며 부러워한다. 


러시아는 전쟁 때 베트남의 혈맹이었으니 무비자가 당연한 일 일터인데, 한국은 당시 적국으로 참전했었는데 무비자라니 다들 신기해한다. 뉴질랜드도 참전을 했었나 본데 그래서 그런지 비자를 발급해 주는데 굉장히 까다롭게 굴었다고 하며 왜 한국은 무비자인지 꼬치꼬치 캐묻는다. 이럴 때는 한국 여권이 참 자랑스럽다.


여권에 베트남 입국 스탬프를 받고 나오니, 배를 갈아탄다. 티켓 살 때 봤던 팸플릿 사진에 있던 배다. 의사소통이 안되어서 몰랐던 것인데, 프놈펜에서 베트남 국경까지는 스피드보트로 오고, 베트남 국경부터는 슬로우보트로 갈아타고 가는 것이었다. 베트남에서 프놈펜으로 가는 여행객들은 베트남 쪽에서 슬로우보트로 캄보디아 국경까지 와서 여기부터 프놈펜까지는 우리를 태워온 스피드보트로 갈아타고 가는 것이다. 국경에서 보트를 맞바꿔 타고 간다.




작은 스피드보트에 비해 호화롭고(?) 한결 여유로운 배를 타고 다시 메콩강을 따라 내려간다. 베트남-캄보디아 국경에서부터 쩌우독까지 메콩강 강바람을 맞으며 편안한 자리에서 한가롭게 뱃놀이를 즐기며 갔다. 슬로우보트이기에 여유롭고 갑판에서 주변 풍광을 즐기며 유유자적 뱃놀이를 만끽했다. 서양 친구들은 여전히 열심히 책을 읽고 있다. 



메콩강변의 풍광을 즐기며 천천히 내려온 배는 어느덧 베트남 쩌우독에 도착했다. 반나절을 같이 배를 타고 온 일행들은 이곳에서 뿔뿔이 헤어졌다. 대부분 쩌우독에서 숙박하며 관광을 하고, 우리만 다시 버스를 타고 사이공으로 출발했다. 


이 여정을 하면서 신기했던 것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보트+버스를 결합한 사이공행 표를 사면서, 여행사에서 스탬프 하나 찍고 건네준 종이쪽지 하나로 배를 두 번 갈아타고, 국경을 넘고 버스를 또 갈아타고 하루 종일 가는 국제적인 여정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관광버스나 전세버스도 아닌, 그냥 로컬 배와 로컬 시외버스를 타고 가는 여정인데, 이렇게 잘 연결이 된다는 것이 신기했다. 전산시스템이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아무 문제없이 연결이 된다.


쩌우독에서 사이공으로 가는 버스에 외국인은 우리 부부가 유일하다. 우리가 버스에 올라 앞쪽 좌석에 자리를 잡자 차장이 우리를 맨 뒷좌석으로 쫓아 보낸다. 의사소통이 안되니 이유를 모르겠지만, 현지에서는 현지 관습을 따라야 한다. 인천시내에서 공항을 가는 시내버스에서도 여행가방을 가지고 타는 사람을 맨 뒷좌석으로 쫓아 보내던데, 아마도 그런 비슷한 경우라 생각한다. 로컬 시외버스에 탄 외국인 부부가 신기했는지 버스 안의 승객들이 관심을 주고 말을 걸어온다. 의사소통은 잘 안되지만 정겨운 사람들 마음은 충분히 전해진다. 


쩌우독에서 사이공 가는 시외버스는 그야말로 대단한 여정이다. 버스는 페리에 실려 강도 건너고, 다리를 건너고, 그야말로 산 넘고 물 건너 사이공으로 간다. 아침 일찍 프놈펜을 출발했는데, 배를 두 번 갈아타고 버스를 또 갈아타고 사이공에 도착한 것은 저녁 시간을 훌쩍 넘긴 늦은 밤이다. 


어디인지 모를 사이공 어느 곳에서 버스에서 내리자 오토바이 호객꾼들이 몰려든다. 어느 호텔 가냐고 아우성이다. 부부 두 명에 배낭 두 개. 오토바이로 어떻게 가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오토바이 3대로 짐까지 실어준다고 한다. 그래도 택시보다 훨씬 싸다며. 중년부부가 늦은 밤에 오토바이에 매달려 사이공 밤거리를 질주할 생각을 하니, 아무래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택시를 잡아 타고 예약해 놓은 호텔로 갔다. 


꼬박 하루가 걸린 긴 여정 끝에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베트남 호찌민까지 왔다. 이번 여행에서 이 구간이 배낭여행의 진수가 아니었을까 싶다.


사이공. 남국의 이국적 정취가 이름에서부터 물씬 풍겨오는 도시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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